올 들어 LA 한인사회에서는 유난히 무료 건강검진 행사가 풍성하다. 장기간의 경기침체 속에서 건강보험이 없거나 혜택 폭이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인들이 많은데 한인사회에서 무료 건강검진 행사가 많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무료 독감 예방주사에서부터 성인병 검사와 암 검사에 이르기까지 이들 건강검진 행사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 제때 치료를 못 받거나 질병을 키우는 것을 일부라도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올해 열린 무료 건강검진 행사 중에서는 지난 4월 의료봉사 비영리단체인 ‘리모트 에리어 메디칼’(RAM)이 마크 리들리-토마스 LA카운티 수퍼바이저 사무실과 함께 주최한 행사가 기억에 남는다. 1주일에 걸쳐 이뤄진 이 행사에는 인종을 불문하고 무려 1만명이 넘는 지역 주민들이 행사장을 찾아 검진과 치료를 받았다. 이같은 행사는 그만큼 남가주 지역에 의료비용 부담 때문에 질환이 있어도 제대로 검진이나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무보험자와 저소득층 및 소수계 주민들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사실 한인사회에서도 최근 2~3개월 사이에만 한인 단체들의 무료 건강검진 행사들을 통해 검진과 진료 혜택을 받은 한인들이 몇 천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행사가 어떤 정부나 기관들의 지원 없이 순전히 한인 단체들의 자발적인 봉사로 이뤄진 것이니 한인사회의 무료 검진 행사들은 카운티의 지원을 통해 대대적으로 이뤄진 주류사회 무료 검진 행사에 비해 규모나 효과에서 손색없는 순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같은 좋은 취지로 이뤄지고 있는 이들 무료 검진 행사가 최근 일부 주최 단체들의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인해 본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기자가 LA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단체들의 건강 검진 행사 안내 등을 위해 만난 일부 주최측 관계자들로부터 “원래 우리 단체가 지난해까지 무료 검진을 제공해 왔지만 타 단체들과 비교되는 것이 싫어 올해부터는 차별화된 무료 검진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기사가 나올 때 항상 주최와 타 단체보다 크게 보도해 달라”는 부탁을 여러 번 받았다.
또 여러 단체가 공동으로 한 행사를 주최하면서 이를 알리는 회견이 여러 번 열리는 일도 발생했다. 이같은 모습은 물론 일부에 국한된 이야기이겠지만 무료 건강검진 행사가 ‘봉사’라는 취지보다는 ‘생색내기’의 수단이 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무보험자의 비율이 유난히 높은 한인사회에서 커뮤니티 차원의 사회안전망의 일환으로 무료 건강검진 행사들은 많을수록 더욱 좋을 것이다. 단 이러한 행사들이 과시적 목적이 아닌 진정한 커뮤니티 기여와 봉사 차원에서 이뤄진다면 더욱 뜻이 깊을 것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도 보다 많은 한인들이 건강을 지키는 혜택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철수 /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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