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에서 결혼정보회사 커플매니저로 일하는 L씨는 요즘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을 만큼 바쁘다. 연말 가기 전에 배우자감을 만나야겠다며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들이 가을부터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매일 아침 출근하면 회원들 상담이 줄을 이어요. 상담을 마치고 오후가 되면 그때부터는 한국에서 걸려오는 전화들을 받아야 해요. 회원들의 어머니들이지요”
대개 자녀가 유학 와서 이곳에 자리를 잡은 케이스들. 한국에서 어머니들이 자녀를 회원으로 가입시킨 후 경과를 점검하는 것이다. 현재 가장 열성적인 그룹은 82년, 83년 생 딸 가진 어머니들. 딸이 미혼으로 서른을 넘기지 않게 하려고 어머니들이 발 벗고 나섰다.
“이곳 어머니들과는 비교가 안 되게 (한국의 어머니들은) 자녀 혼사에 열성적”이라고 L씨는 귀띔한다. 어머니들의 마지막 치맛바람인 셈이다.
미주 한인들에게는 생소한 결혼정보회사는 한국에서 1990년대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중매’라면 지인들이 알음알음으로 하거나 ‘마담 뚜’가 직업적으로 했었는데 그 역할을 기업이 맡고 나선 것이다.
결혼정보회사가 뿌리를 내리게 된 데는 중매 과정에서 생기던 심리적 부담이 한 몫을 했다. 과거 ‘마담 뚜’들은 “내가 어느 집 누구를 결혼시켰다”며 소문을 내고 다녀 소위 상류층 집안들이 상당히 불편해 했었다고 한다. 반면 결혼정보회사는 소리 소문 없이 신랑신붓감들을 소개시켜 주기 때문에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염려가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친지들끼리 하던 중매도 한국에서 점점 줄고 있는데, 이 역시 부담감 때문이다. 중매는 원래 “잘 서면 술이 석잔, 못 서면 뺨이 세대”라고 했다. 좋은 의도로 소개를 했다가 성사가 안 되면 괜히 관계만 불편해질 수 있어서 아예 나서지를 않는다는 것이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지역의 친지들이라도 자녀들은 동부, 서부로 흩어져 있어서 서로 만나게 해주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래도 시간 들이고 공 들여서 처녀 총각을 애써 소개시켜주고 나면 성사될 때보다 안 될 때가 더 많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어느 한쪽에서 이런저런 불평이 나오면 중간에 나섰던 친지와 그 부모 사이가 서먹해지는 경우들이 있다. 결혼정보회사는 그런 개인적 감정들이 개입될 필요 없이 사무적으로 일처리를 한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 말 그대로 ‘결혼시장’에 신랑감, 신붓감으로 나서는 것이다.
미주 한인사회에 결혼정보회사들이 등장한 것은 10년 쯤 전이다. 한국의 대표적 회사들이 지사를 개설하면서 한인사회에 소개되었다. 그 10년 동안 인식이 많이 바뀌어 이제는 부모의 성화 때문이 아니라 본인이 원해서 회원 가입을 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남녀 비율. L씨가 속한 회사의 경우, LA 지사에서는 남성 대 여성회원 비율이 4대6, 뉴욕 지사에서는 2대8 이다. 남성들의 가입이 매우 저조하다. 고소득 전문직 신랑감의 경우 일이 너무 바빠서 우선 시간이 없는 것이다. 좋은 신랑감 확보가 결혼정보회사의 최우선 과제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그래서 남성들에 대해서는 특혜가 있다. 가입비를 여성보다 싸게 하고, 남매가 가입할 경우 오빠나 남동생은 무료로 해주는 등이다. 결혼시장에서 남성은 귀하신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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