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경기와 선거는 닮은 점이 많다. 처음부터 결과가 뻔한 시합, 결과가 예상과 똑같이 나오는 시합은 재미가 없다. 약체 팀이 의외의 돌풍을 일으켜 강팀을 깨고 마지막에 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해 가며 피를 말리는 접전을 해야 보는 사람도 신이 나는 법이다.
그런 면에서 2일 열린 가주 선거는 맥 빠진 잔치였다. 예상대로 가주 지사에는 제리 브라운 후보가, 연방 상원의원에는 바바라 박서가 당선됐다. 득표율마저 여론 조사 결과와 별 차이가 없다. 놀랄 일도 숨죽일 일도 없는 선거였던 셈이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놀랄 일이 없던 것도 아니다. 주지사를 비롯, 부지사, 총무처 장관, 재무관, 감사관 등 가주 거의 모든 주요 공직이 민주당 손 안에 들어간 것이다. 그나마 공화당이 갖고 있던 검찰총장 자리도 100% 개표가 끝난 현재 민주당의 카말라 해리스 후보가 1만5,000여 표 앞선 것으로 나타나 민주당의 승리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미 전국에 공화당 돌풍이 분 이번 선거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가주야말로 푸르디푸른 주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공화당 당선 지역은 빨간 색, 민주당 당선 지역은 파란 색으로 칠한 미국 지도를 보면 미전역이 새빨갛고 서부와 뉴잉글랜드, 뉴욕 일대만 파랗다.
가주가 항상 이렇게 민주당 일색이었던 것은 아니다. 두 번씩이나 주지사를 한 뒤 대통령을 한 보수의 원조 레이건을 배출했고 그보다 먼저 리버럴의 공적 닉슨을 낳은 곳이 여기다. 가주가 이렇게 민주당으로 기운 것은 1994년 피트 윌슨 주지사시절 주의 온갖 문제 주범으로 불법체류자를 지목하고 이들에게 각종 혜택을 박탈한 프로포지션 187을 상정하면서부터다.
공화당 보수파들의 지지 속에 이 발의안은 통과됐고 윌슨도 그 여세를 몰아 재선에 성공했지만 그것이 가주 공화당의 묘비명이 됐다. 라티노를 비롯한 이민자와 리버럴들에게 공화당은 상종 못할 당이 됐고 그 후 공화당이 가주에서 힘을 쓰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가주에서 가장 인구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 라티노인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당분간 가주에서 공화당이 권력을 잡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때 브라운과 팽팽하게 맞섰던 메그 휘트먼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 불법체류자 가정부를 학대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부터였던 것도 이런 과거사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불법체류자를 학대하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는 유익한 교훈을 남겼지만 가주 같이 중요한 주가 일당 독재체제로 계속 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는 생각해 볼 문제다. 권력을 오래 쥔 자는 너나 할 것 없이 부패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연방 하원 선거구 조정을 정치인들 손에서 시민 위원회로 옮기는 프로포지션 20을 통과시켰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유권자가 대표를 선출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이 유권자를 골라 마음대로 연임하는 일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인물이 새롭게 가주를 이끄는 날이 속히 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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