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7일 LA에서는 한국의 전설적 영화 ‘하녀’가 처음으로 소개된다. 올해 임상수 감독이 만든 전도연씨 주연의 ‘하녀’를 말하는 게 아니다. 바로 그 작품을 가능하게 한 1960년 김기영 감독의 ‘하녀’, 즉 오리지널 ‘하녀’가 할리우드의 극장에서 미국의 관객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영화는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중상층의 계급의식과 욕망을 둘러싼 허위의식을 신랄하면서도 풍자적으로 담고 있다. 여공들의 음악 선생이자 중상층 가정의 가장(김진규 분)의 집에 여공이었던 하녀(이은심 분)가 들어오면서 이 가정은 점차 붕괴되고, 결국 남편과 하녀는 죽음을 맞는 파국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단순한 치정관계를 그린 영화가 아니다. 집을 넓히려고 과도한 욕심을 부리는 부인(주증녀 분)과 하녀를 질투하고 이 집안에 들어오려는 또 다른 여공(엄앵란 분), 이들 사이에서 패배자 같은 존재로 행세하는 가장의 관계들이 당시 부의 상징인 2층집에서 ‘하녀가 피우는 음란한 담배’ ‘찬장에 놓인 불길한 쥐약’ ‘쉬지 않고 돌아가는 숨 막히는 재봉틀’ 등의 상징적 이미지들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성격과 심리를 대변하며,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낸다.
이 영화가 새롭게 인정받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 2008년 미국의 대표 감독이자 ‘대부’ 시리즈의 세계적 감독 마틴 스콜세지가 ‘하녀’를 보고 받은 충격은 지금도 전해진다. 마틴 스콜세지는 김기영 감독이 가진 독특한 블랙유머와 소름끼칠 정도의 기괴한 분위기, 지금 다시 봐도 전혀 손색없는 의미와 상징으로 가득 찬 영화적 이미지는 예전에 본적도 없으며, 잊을 수 없다고 크게 감탄을 했다.
그 이후 한국인의 기억에서 조차 멀어져 갔고 1980년 중반 이후 제작비를 구하지 못해 영화 활동을 접어야 했던 김기영 감독은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또한 ‘하녀’는 세계영화재단에 의해 끊어지고 긁혀졌던 필름을 디지털로 깨끗이 복원되는 행운을 맞게 되었다.
김기영 감독에 대한 일화 역시 영화인들과 영화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하다. 철저한 완벽주의자였던 감독은 집에 쥐떼를 키운다든지, 밤에 다른 스텝들 몰래 촬영 도중 혼자 고기를 구워먹는다는 등의 무성한 소문에 휩싸였다. 영화 속의 시체, 쥐떼, 가학적 혹은 비정상적 성행위, 계단의 공포감 등의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들이 현실 속 김기영 감독의 취향으로 오해받았을 것이다. 그후 새로운 작품의 시나리오를 완성한 직후 의문의 화재로 부인과 죽음을 맞음으로써, 기괴스러움으로 인생의 마지막까지 장식했다.
그런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인 ‘하녀’가 LA에서 상영된다. 반드시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가 아닐까. 무슨 의도로 감독은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하고 비난받기 일쑤였을 그의 작품인생을 엿볼 수 있는 기회 말이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를 감탄시킨 남다른 영화 미학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영화 관람은 무료이다. 11월7일 (일요일) 오후1시, Grauman’s Chinese Theatre (6925 Hollywood Blvd., Hollywood)
문선영 / 퍼지캘리포니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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