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언제나 아쉬움 모른 체 담담히 흐르고 있다.
맑고 푸른 가을 하늘의 뭉게구름과 파아란 물이 마구 떨어질 것 같은 화창한 날. 살짝 잎새에 찾아온 가을빛이 분첩을 꺼내든 것처럼 푸른 잎을 붉으락 누르락 원색으로 곱게 물들이고 있다. 짙은 가을향기가 물씬 풍겨오는 시월의 문턱에 서면 황혼의 들뜬 가슴에다 차곡차곡 채어진 여행 가방을 옆에 끼고 LA행 비행기에 한자리를 차지 할 것이다.
“젊음은 이쁨이요, 늙음은 아름다움이라.” 어느 시인(詩人)이 읊은 시(詩)다.
여자는 나이가 들어도 영원히 여자로 인정받기를 원하는 심리를 충족시켜주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행복해지는데 필요한 99%의 요소를 이미 갖고 태어난다고 한다. 나머지 1%는 스스로 노력하여 채워가는 것이고 99%의 잠재력은 1%의 노력에 의해서 깨어날 수 있단다.
우리의 삶에 분명 1%의 노력이 날마다 이어가야 하지 않을까. 나이듬에 서러워하지 않고 남은 삶을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은 노력이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몫이라 생각한다. 비록 손자손녀들 때문에 할머니 소리를 듣지만 언제까지나 마음은 청춘인 것을, 나이 들었다고 낭만을 느끼지 못하거나 좋아하는 감정이 없다면 얼마나 메마른 삶이고 얼마나 삭막할까.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고 있는 여고 선, 후배 동문들이 매 2년마다 갖게 되는 국제동문회가 금년엔 LA에서 열리게 된다.
선, 후배 400여 명이 모이는 총동문회를 앞두고, 한 책상에서 6년이란 긴 세월동안 머리를 맞대고 시시덕거리며 사춘기를 녹였던 여고 졸업 50년의 세월! 지나간 나날들을 돌이켜 잊혀진 것들과 막연함과 함께 스쳐지나간 것들을 반추하면서, 정말 보고 싶었던 친구들과 50년만의 재회라는 기대에 잔뜩 흥분하고 있다.
생각하면 저절로 웃음이 번지는 사춘기 시절 친구들이 알까봐 쿵쿵 설레는 가슴을 억제하며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쑥맥인 내가 감히 갓 부임해 온 총각선생님을 좋아라 짝사랑(?)했던 낭랑 18세 소녀시절도 있었고 숙제를 잊고 혼날까봐 단짝 친구한테서 빌려온 숙제가 들통나 혼쭐나던 숱한 옛 이야기들이 숨겨두었던 보물처럼 슬금슬금 꼬리를 흔들며 추억이 되살아나고 있다.
교정 뒤뜰에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 아래에서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곱게 물든 은행잎을 주우며 재잘대던 여고시절! 수북이 내려앉은 노오란 빛 고은 은행잎을 골라 책갈피에 끼우며 만추(晩秋)의 황홀함에 젖어 어설픈 글쓰기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젊은이들이 누리고 있는 젊음을 우리는 이미 누렸으며 그런 시절을 모두 겪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하는 황혼의 나이다.
”주름살과 함께 품위가 갖춰지면 존경과 사랑을 받는다”는 위고의 말에 귀를 기우리며 우리의 영혼이 꿈틀거리는 한, 황혼의 10월 나들이는 눈부시도록 아름답고 멋진 추억의 한 장으로 자리매김을 할 것이다.
신선한 대자연의 향기 속에서 만남의 즐거움을 가질 수 있다는 행복감과 우리가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실천하는 기회이기에 늘 축복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에 감사하며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살아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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