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에서와는 다른 경험을 한 게 하나 있다. 지인들을 만나 딱 맥주 한 잔만 한 뒤 헤어지면서 그냥 운전을 하고 귀가하려는데 같이 만난 사람들이 극구 말리는 거였다. “한 잔만 마셨어도 음주운전인데 대리운전을 불러서 가라”며 “혹시 다른 운전자의 잘못으로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안된다”는 지인들의 강한 태도에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음주운전 불시 단속과 검문이 훨씬 더 심하기도 하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 자체가 이곳 한인들보다 더 단호함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택시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잘 돼 있고 대리운전 서비스도 합법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술을 마신 자가운전자들이 굳이 음주운전을 고집할 이유가 별로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에서는 음주운전 단속도 예고를 한 뒤 이뤄지고 무작정 검문도 별로 없는 탓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한인들의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은 느슨한 게 사실이다. 흔히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아도 신호 위반이나 차선 위반, 과속 등만 조심하면 단속에 걸릴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 점도 문제다. 이같은 인식이 음주운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음주운전이 원인이 돼 피해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취재하던 중 사건 현장에서 만난 경찰 수사관은 음주운전에 대한 한인들의 경각심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음주운전 방지에 대한 기사를 되도록 많이 보도해달라고 부탁해오기도 했다. 그는 “한인들은 음주운전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지만 술을 마신뒤 차를 타고 가다 약간의 접촉사고만 발생해도 음주사실이 적발되면 중범으로 분류되어 처벌된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고속도로 순찰대(CHP)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해마다 음주운전이 원인이 돼 사망하는 숫자가 평균 2,000여명에 이르고 있으며 부상자들까지 합치면 2만명이 훨씬 넘는 피해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몇 년 전 발표된 전국 고속도로 안전협회(NHTSA)의 설문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대부분의 한인들은 음주운전을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만 적당량의 음주 후 운전은 여전히 괜찮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왔다.
이렇듯 한인사회에서 만연하고 있는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나 비영리단체들이 협력하여 정기적 예방 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음주운전을 감소시킬 수 있는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민관이 함께 적극적으로 교육과 홍보에 앞장선다면 한인사회에서 음주운전에 관한 문화와 의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내 가족과 자신의 안전을 위해 술을 한 잔만 마셔도 대리운전이나 카풀을 이용하는 등 음주운전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LA한인사회에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철수 /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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