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오니 나무가 너무 많다. 내가 틈만 나면 나무를 찾아 가는 것은 즐비하게 들어선 나의 스승을 만나러 가는 것이다. 스승을 만나 스승에게서 배울 것을 미리 생각하고, 배우고 난 뒤에 머리에 정돈하여 내 생의 여정에 큰 지혜와 좌우명으로 삼고자, 틈만 나면 나무를 찾는 버릇이 생기게 된 것이다. 나무에게는 우리 인간들에게 상식이상으로 교훈을 주는 가르침이 담겨져 있어 나뭇가지 하나와 잎사귀 하나라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습관이 배어 있었다. 그럼 나무의 어떤 점을 나는 배우고 있는가?
첫째로 내일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모습이 있다.
봄과 여름철에는 바쁘게 자신의 성장을 준비하면서 겉을 채우고 가꾸는 외적 성장을 하고 있지만, 가을과 겨울철인 비성장기에는 속을 채워 내실을 기하는 내적 성장을 준비하는 점이 우리 인간들에게 교훈을 주고 있다. 다음해에 더 좋은 잎과 꽃을 준비함으로 잘 영그는 열매를 약속하기 위한 숙련의 과정이 모든 생물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둘째로 겸손함을 가르치고 있다.
인간들은 남보다 돈이 많다거나, 지식과 지위가 높다던가, 인물이 잘 생김으로 보통사람이 갖추지 못한 것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면 교만해지기가 쉽다.
다른 사람보다 특출한 일에 있어 기분 좋아하고 마음이 들떠 지키지도 못할 말을 쉽게 하거나 남을 업신여기는 일이 있다. 그러나 나무는 많은 생물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존재이면서도 조금도 자만하지 않는다.
셋째로 불평을 모르는 습성을 배우라 한다.
나무는 자기가 처한 환경에 대하여 불평을 모르고 산다. 뿌리가 놓인 자리가 언덕이든 바위틈이든 또는 산마루거나 골짝이거나 자신의 입지적 터전을 불평삼지 않는다. 바람이 놀러와 흔들어 대도 짐승과 새들이 자리를 빌려 터전을 마련해도 세입자들에게 언제나 너그럽다. 그저 내가 가진 모든 것으로 남에게 즐거움을 주기 좋아하는 행복감에 젖어있다.
넷째로 남에게 위안을 주는 습성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나무는 인간들에게 유용하게 쓰이기 위해 그들의 수고를 게으르지 않는다. 자기를 희생해 가며 각종 목재, 땔감, 먹거리 배양 등 친환경적인 모태가 되기도 한다. 잘려지고 깎여지는 아픔을 자신이 아닌 남을 위하여 희생된다고 생각할 때 그들의 근엄한 헌신으로 인한 희생은 인간들이 본받고도 남을 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작은 일에도 거스르지 아니하고 성공을 뽐내지 아니하며 옳지 못한 일을 꾀하지 않는 사람을 성인(聖人)이라한다. 이런 사람은 실패하는 일이 있어도 후회하지 아니하며, 잘 되어도 스스로 득의(得意)하지 아니한다. 이러한 사람은 높은 곳에 올라가도 떨지 아니하고 물에 빠져도 젖지 아니하고 불속에 들어가도 뜨거워하지 아니한다.
또 그의 앎이 도(道)까지 승화되면 잠을 자더라도 꿈을 꾸지 아니하고 깨어 있다하더라도 근심이 없으며, 음식은 좋은 것만을 찾지 않고 숨 쉬는 것은 여유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사람은 발뒤꿈치로도 숨을 쉬지만 보통사람은 목구멍으로만 숨을 쉰다. 남에게 굴복 당한 사람들은 목에서 나는 소리가 물건을 토해 내는 것 같고 욕심이 많은 자는 그의 타고난 기틀이 천박하기 짝이 없다.
나처럼 조용히 나무의 가르침을 받고 싶은 이들은, 명산을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다녀올 필요가 없다. 봄 꽃철과 단풍철에 북적이는 명산을 가 보았자 귀중한 시간은 모두 길에다 뿌려야 한다. 진정 자연을 즐기고 나의 내면을 닦는다면 겨울인들 어떠랴. 또 뒷동산이면 어떠랴. 남들이 덜 찾는 호젓한 산이면 더 좋으리라. 어디든 어느 산이든 나보다 큰 모습의 새로운 스승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면 좋다. 생활 속의 수행을 찾는 곳. 그 산에는 나무들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나무가 우리에게 주는 효용성에는 참된 자기희생의 삶과 세상을 다 이해하는 지혜와 도량(度量)이 들어 있는 것이다.
단풍이 곧 찾아 올 이 계절. 자기를 찾아주지 않는 인간들을 염두에 둔 채, 다음해에 꽃피우고 잎 피울 수고를 하고 있는 나무를 생각하는 동안 나의 또 다른 스승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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