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투병력 철군
이달말까지 마무리
알카에다 준동 불안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전투병력 철수작업이 오는 31일 마무리된다.
2003년 3월 `이라크의 자유’(Freedom of Iraq)라는 작전명으로 미국 주도 동맹군이 이라크를 침공한 지 7년5개월 만의 일이다.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은 시아-수니파 간 분쟁이 내전 상황에까지 치달았던 2007년 한때 16만5,000명에 이르렀지만, 미-이라크 안보협정에 따라 지난해 1월 철군작업에 착수, 현재 6만5,000명만 남은 상태다.
이달 말 전투병력 철군작업이 마무리되면 5만명의 병력만 남아 이라크 군·경을 대상으로 한 교육 및 지원 업무를 수행한 뒤 완전 철수기한인 내년 말까지 모두 이라크를 떠나게 된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전투병력 철수는 7년째 진행되고 있는 전쟁에 커다란 방점을 찍는 하나의 사건이지만 이라크의 치안 불안과 정국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미국과 이라크 정부 모두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라크전 이후 지금까지 10만명에 가까운 이라크인이 목숨을 잃고 200여 만명이 전쟁 난민으로 전락했지만, 매달 수백명씩 죽어 나가는 참상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에는 폭탄공격 등 폭력사태로 인한 사망자가 535명에 이르며 2008년 5월 이후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비교적 안정을 되찾아가던 치안이 다시 악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라크 내 알-카에다는 최근 들어서는 검문소 근무 경찰관들을 살해한 뒤 상징 깃발을 꽂고 홀연히 사라지는 등 갈수록 대담한 테러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은 지난 3월 총선 이후 5개월이 지났음에도 새 정부 출범을 위한 협상에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며 시아-수니파 간 갈등을 확산시키고 무장세력이 활개치도록 방치하는 등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7년 전 거친 기세로 이라크에 진격했던 미군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철군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미국으로서는 이라크전에서 16일 현재 4,415명이 전사하고 약 1조달러의 전쟁 비용이 소요된 것도 큰 손실이지만, 무엇보다 뼈아픈 점은 전쟁을 개시한 명분 중 어느 것 하나 달성치 못한 채 전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량파괴 무기는 하나도 찾지 못했고 알-카에다 세력은 여전히 준동하고 있다. 사담 후세인 정권의 24년 철권통치를 무너뜨리긴 했지만 이라크의 민주주의는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은 최근 전투병력 주둔 연장 가능성을 일축하며 이라크 치안상황이 낙관적이며 이라크군이 안정을 유지해갈 준비가 돼 있는 상태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라크군의 중장 계급 사령관이 최근 “이라크군이 독자적인 치안 유지 능력을 갖출 수 있는 2020년까지는 미군 주둔이 연장되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보듯 미군 철수 이후 이라크의 치안은 위태롭기만 하다.
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는 “폭탄은 계속 터지고 있고 정국 혼란도 계속되고 있는데 미 관리들과 정치인들은 경쟁하듯이 미국의 승리만 강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라크 주둔 2사단 4연대 병사들이 지난 13일 바그다드 공항에서 미국행 군용기에 탑승 전 총기 점검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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