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미국 뉴욕 일원에 에어컨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6일 전기요금을 별도로 고지하지 않는 아파트에서 세입자들이 에어컨을 늘 켜놓고 있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리니치 빌리지의 한 오래된 건물 세입자의 경우 언제 에어컨을 껏는지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에어컨을 켜놓고 산다.
그 위층 젊은 커플 세입자의 경우도 최근 상을 당해 4일간 집을 비웠지만 집에 돌아올 때 시원한 집에 들어오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에어컨을 켜둔 채 집을 나갔다.
맨해튼 7번가의 160세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직장에 나가거나 애인의 집에서 자는 경우, 심지어 휴가로 해외여행을 나갈 때조차도 자신의 고양이를 위해 에어컨을 켜둔다고 말했다.
이처럼 입주자들이 에어컨을 개념없이 사용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 별도의 전기요금 청구서가 없기 때문이다.
요즘 맨해튼 부동산 시장에서 집을 구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는 24시간 경비시스템이나 센트럴파크 조망권이 아니라 오직 임대료에 유틸리티 요금이 포함되느냐 여부다.
오래된 건물의 경우 건물 전체에 전기요금 계량기가 하나만 달려 있어 개별 세대에서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를 알수 없기 때문에 세입자들은 에어컨을 켜놓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전력회사인 콘 에디슨은 뉴욕시 전체 공동주택에서 175만 가구는 세대별 계량기가 달려 있는 반면 25만 가구는 통합계량기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규모 관리회사인 쿠퍼 스퀘어는 이런 통합 고지 건물들이 여타 건물에 비해 연간 30% 가량 전력을 더 소비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건물에서는 세입자들이 에어컨을 찬바람이 쌩쌩 나오도록 틀어놔도 전기요금을 한푼도 더 안내는 반면 건물주들은 폭염이 이어질수록 재정이 파탄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한다.
이런 에어컨 과다사용은 환경에도 악영향을 준다.
지난해 발간된 보고서에 따르면 뉴욕시의 온실가스 배출에서 주거용 건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39%이며 이 주거용 건물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40%는 냉.난방용이다.
뉴욕환경보호유권자연맹의 댄 핸드릭씨는 "사람이 집에 없을 때조차 에어컨을 켜놓는 것은 무책임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이라면서 "자신의 편의를 위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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