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 부진과 세계경제 불안 속 지출억제 뚜렷
상위 5% 전체 소비의 3분의1 차지
고급 소매체인·호텔 등 매출 감소
“실제 경제능력보다 심리적 현상”
일시적인 경기회복은 부유층의 소비에 힘입은 바가 컸다. 지난해 말 일반 소비자들은 움츠린 가운데서도 부유층은 자신감 있게 돈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도 허리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경기회복이 모멘텀을 잃은 이유 중 하나는 부유층 소비자들이 갈수록 불안해하고 조심스러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무디스의 수석 경제학자 마크 잰디는 말했다.
연방은행의 정책결정자들은 경기회복이 더뎌지고 있으며 지금보다 악화될 경우 추가적 부양책이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음이 최근 열린 이들의 회의 의사록에 나타났다. 현재 상황 속에서 비즈니스들과 경제전문가들은 모든 소득계층이 좀 더 많이 소비하기를 바라고 있다. 소비재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기업들로 하여금 고용을 장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비자들은 전체 경제활동에서 60%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상위 5%의 소득계층(연간 21만달러 이상 버는)은 물건 및 서비스 구입, 이자지급, 소비자 융자, 현금증여 등 모든 소비활동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즉 부유층의 소비결정은 경제적 데이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각종 소매판매 보고서와 조사들은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유럽의 안정성 및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로 고소득층들이 더 조심스러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나온 7월중 소비자 신뢰지수는 지난 2009년 8월 이후 최저수준으로 나타났다.
갤럽에 따르면 9만달러 이상 버는 상위 소득계층의 지출은 지난 5월 하루 평균 145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나 늘었다. 그런데 이 지출이 6월에는 119달러로 폭락했다. “최악은 지났다는 느낌의 상당부분이 사라진 것 같다”고 갤럽의 수석경제학자 데니스 제이콥은 분석했다.
포 시즌스와 리츠 칼튼 같은 고급호텔 체인들은 금년 초 예약상황이 좋았으나 지금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또 삭스 앤 니먼 머커스 같은 고급 소매체인들도 지난해 연말부터 금년 초까지 괜찮았던 판매고가 6월 들어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맨해튼과 햄튼스의 부동산업자들은 부유층이 돌아오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전국의 벤츠 판매고는 금년 들어 26%가 늘었다. 그러나 고급 소매점들의 판매는 5월 9.7% 늘어나더니 6월에는 지난해 동기에 비해 3.9%가 떨어졌다. 전체 소매 판매도 5월에 비해 6월에 떨어진 것으로 연방정부 보고서가 밝혔다.
2008년 말 금융시장 붕괴와 함께 실질적으로 지갑을 완전히 닫았던 부유층들은 지난해 다시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특히 주식시장의 상승이 이들의 재정적인 심리를 안정시켰던 것이다. 지난해 봄 상위 5% 계층의 저축률(세금을 제한 후 소비를 하지 않아 남은 소득의 비율)은 마이너스였다고 무디스는 밝혔다. 이것은 부유층이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보다 소득이 적은 계층은 여전히 근검모드였다. 실업과 주택가치 하락 등의 영향이었다. 소비를 줄이다보니 중산층의 저축률은 올라갔다. 실업은 특히 소득 수준 상 하위층에게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쳤다. 노동부에 따르면 매니지먼트와 비즈니스 혹은 금융 분야 일자리의 실업률은6월 현재 4.8%인 반면 전체 실업률은 9.5%, 그리고 건설 분야는 18.2%, 생산직은 12.1%의 실업률을 보였다.
그 결과 부유층은 다른 계층이 소비력을 상실하고 있을 때 이것을 유지할 수 있었다. 무디스의 잰디는 “고소득층은 경제를 침체에서 건져내 첫해에 성장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했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부유층 소득이 배당금 혹은 보너스 감소로 영향을 받았을지는 몰라도 저축률 하락은 이보다 소비지출 증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잰디는 “부유한 사람들이 지난해 이맘때쯤부터 벙커에서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것은 주식시장의 부활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고소득층 사람들은 투자를 많이 하는데다 다우를 경제와 관련한 기준지수로 보는 경향이 많기 때문에 에퀴티 시장의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는다. 다른 경제학자들은 잰디의 이런 분석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부유층이 소비지출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데이터가 아직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부유층 소비행태에 대한 확고한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부유층 소비에 크게 의존하는 사업자들은 분명한 패턴을 보아 왔다. 주요 주식지수들이 올랐던 지난해와 금년 초 “모든 이들은 더 낙관적인 것처럼 보였다”고 달라스 인근 알링턴에서 고급차를 판매하는 딜러의 제너럴 파트너인 톰 하우스워스는 말했다. “그러다 다우가 1만 이하로 떨어졌을 때 모든 이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의 구매 능력에는 변화가 없었을 지라도 그들의 사고방식에는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하우스워스는 최근 고급차를 구매한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과시적 소비자로 낙인찍히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그래서 전에 타던 차와 같은 색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려줬다. “종업원들이 새 차를 샀다는 것을 눈치 채기를 원치 않았다. 임금이 동결되고 사람을 자르는 시기에는 이런 것이 좋지 않게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딜러도 지난 해 직원의 15% 가량을 감원했다. 하우스워스는 상황이 나아지기 전에는 직원을 고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시건 버밍햄 교외에서 고급 여성의류매장을 운영하는 린다 드레스너는 재고를 줄였다. 그녀는 “고객들로부터 ‘남편이 지출을 줄이라고 한다’는 말을 듣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들은 정말 부유한 사람들인데도 비즈니스가 타격을 받으면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출을 줄이는 것은 실제적인 재정 상황보다는 심리적인 것을 반영한다. 최근 뉴욕의 한 고급 신발 및 핸드백 매장을 방문한 한 초등학교 여교사는 그토록 갖고 싶어 하던 525달러짜리 핸드백을 만지작거리다 그냥 나왔다. 그녀와 금융 분야에서 일하는 그녀의 남편은 별 어려움 없이 경기침체를 지나왔지만 지출에 대해서는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직업이 있고 그것에 대해 안정감을 느낀다 해도 주위의 상황이 안 좋으면 나도 안 좋게 느끼게 된다”고 털어놨다.
정책결정자들은 실업수당 지금 연장을 둘러싼 논쟁 등 경기활성화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놓고 갈려 있다. 중앙은행 의사록에는 이것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단기적으로 보통 미국인들의 소비능력을 높이기 위한 모든 가능한 수단을 다해야 한다”고 진보 정책연구기관인 워싱턴 정책연구소의 샘 피찌가티 연구원은 강조했다.
하지만 부자들은 갈수록 지출을 꺼리고 있다. 홀 푸즈같은 소매상들에 고급 스킨 캐어 용품을 파는 린다 스테이시액은 최근 가장 판매가 늘어난 품목은 튜브에서 로션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주는 15달러95센트짜리 도구라고 밝혔다. “좋았던 시절에는 그런 것을 파는지조차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스테이시액은 말했다.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