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 퀸’ 김연아를 조명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SI) 매거진 기사가 눈길을 끈다. 3월8일호에 실린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연아가 ‘미니 슬럼프’에 빠졌던 작년 가을. 그녀는 ‘스케이트 아메리카’와 같은 대회에서 계속 우승하고 있었지만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이 잦아 불안한 상태였다. 김연아의 코치인 브라이언 오서는 나라 전체가 주는 그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안다며 그럴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이 “걱정마”라고 했다. 자신도 1988년 올림픽 때 같은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오서 코치는 그 당시 만나는 사람마다 “꼭 금메달을 따라”고 한 마디씩 하는 바람에 부담이 컸던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그 에너지를 이용해야한다고 설명하자 김연아의 얼굴에 다시 여유가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했다.
그 결과는 훌륭했다. 김연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실수없이 228.56점을 획득,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숏프로그램에서 얻은 78.50점도 신기록이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150.06점이란 들어보지도 못한 점수다. 그 바람에 일본의 마오 아사다는 여자선수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트리플 악셀을 3차례나 해내고도 무려 23.06차로 은메달에 그쳤다. 4년 전 올림픽에 나왔다면 아주 쉽게 금메달을 따겠지만 이번에는 김연아 때문에 어림도 없었다.
김연아는 카타리나 비트처럼 아름답고 유혹적이고, 크리스티 야마구치처럼 유연하고 빠르고, 페기 플레밍처럼 우아하고 세련된 ‘토탈 패키지’였다. 피겨스케이팅의 체육적이고, 우아하고, 빠르고, 재미있는 면을 모두 보여준 선수로 더 이상 잘할 수가 없었다.
김연아의 퍼포먼스는 숏프로그램 이틀 전 모친을 잃은 캐나다 스케이터 조애니 로셰트의 눈물겨운 드라마도 스팟라이트에서 밀어낼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오서를 김연아의 풀타임 코치로 채용한 김연아의 모친, 박미희씨의 공이 크다. 박미희씨는 김연아가 15세였던 2006년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안무가 데이빗 윌슨을 만나러 토론토에 들렸다가 처음으로 오서를 만났다. 김연아는 그 당시 점프에 약간 문제가 있었고, 오서는 투어 중인 스케이터로 풀타임 코치가 아니었다. 하지만 윌슨의 부탁으로 20분 동안 김연아를 도와주었는데…
오서는 그때 두 차례 코치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기억했다. 하지만 어머니 박미희씨가 워낙 적극적으로 나서 설득했고, 윌슨이 그 이유를 물어보자 “연아는 너무 많이 울고 있다. 연아가 ‘해피 스케이터’가 되길 바란다”는 대답을 했다는 것.
결국 스트레스덩어리였던 김연아에게는 오서가 퍼펙트한 코치였다. 김연아는 이에 대해 “한국에서처럼 훈련이 항상 힘들지만 않다”며 “나는 그 후 훨씬 해피한 사람이 됐다”고 말한다.
김연아는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컸다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올림픽 아이스에 오른 후에는 긴장되지 않은 게 오히려 놀라웠다고. 그리고는 금메달을 따낸 후 “얼마나 오래 동안 꿈꾼 순간인데, 이제는 꿈이 아닌 게 믿겨지지가 않는다”며 활짝 웃었다.
<이규태 기자>
김연아를 조명한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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