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17일 북한에 체포된 후 억류돼 있던 미국 여기자 2명이 극적으로 풀려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함께 5일 미국으로 돌아왔다. 다시는 사랑하는 가족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억류생활을 해야 했던 여기자들이 비행기 트랩에서 내려 눈물 속에 가족들과 재회하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두 여기자의 귀향은 5개월 가까이 숨 가쁘게 진행된 미국과 북한 간 막후 협상의 성과이다. 미국 정부는 여기자들의 신변 안전과 북한 당국에 의한 적절한 처우 보장을 위해 가능한 모든 채널을 동원했다. 특히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이 가운데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는 한편으로 미국 정부는 여기자 가족들과 수시로 연락을 취하는 일을 잊지 않았다. 미국 정부 한 소식통은 “거의 매일 여기자 가족들과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그럼으로써 북한에 억류돼 있는 자국민을 정부가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가족들에게 확인시켜 준 것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하고 있다. 자국민이 해외에서 위험에 처했을 경우 구출을 위해 어떤 희생과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보스니아 내전 당시 적진에 갇혀 있던 해군 조종사 버넷 대위를 구출하기 위해 수십 명의 희생을 무릎 쓰고 작전을 벌여 구출에 성공했던 것이 한 사례다. 얼마 전에는 해군 특공대를 투입해 소말리아 해적이 납치된 미국인 선장을 구출하기도 했다.
시민권자뿐 아니라 영주권자를 보호하는 일에도 적극적이다. 몇 년 전 영주권자인 한인 김동식 목사가 탈북자들을 돕다 납북돼 그 곳에서 사망했을 때 연방의회와 국무부는 서면 항의서를 전달하는 등 이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국민들의 빈축을 샀다.
자국민에 대한 미국 정부의 책임의식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것은 전사자 유해 발굴사업이다. 미국 정부는 오래 전부터 북한과 베트남, 독일 등지에서 전사한 미군들의 유해를 발굴해 오고 있다. 이것을 전담하는 ‘육군 중앙신원확인소’(CHILI)를 만들어 ‘그들이 고향에 돌아올 때까지’(Until They Are Home)라는 모토로 유해 발굴에 자금과 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에 특사로서 여기자 석방에 결정적 역할을 한 클린턴 대통령은 북한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 송환에 누구보다 노력을 쏟았던 인물이다. 1994년 방북한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이 문제를 북한 측과 논의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5,100여명 미군의 유해를 찾기 위한 공동 발굴작업이 진행됐다. 2005년 중단될 때까지 이 작업을 통해 유해 225기가 발굴됐다.
미국 정부의 이런 정책은 국가의 존재 목적이 국민 보호에 있다는 인식에서 나온다. 국가가 자국민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때 국민들도 자발적인 애국심을 보인다. 상호신뢰가 형성되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노력으로 여기자들이 석방되면서 130여일째 북한에 억류돼 있는 현대아산 근로자 유모씨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에 따가운 눈길이 쏠리고 있다. “미국은 협상을 통해 자국민을 풀어오는데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질책이다. 한국 정부 나름의 입장과 고민이 있겠지만 어떤 경우에도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다”는 불변의 원칙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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