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 여파로 인해 타운 내 고기 전문 식당에 ‘무제한’ 바람이 불고 있다. 10달러 선의 ‘착한’ 가격에 갈비와 주물럭, 삼겹살, 차돌박이 등 다양한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뚫어주는 냉면, 혹은 동치미 국수까지 입가심으로 즐길 수 있다. 경쟁은 점점 과열 돼, 최근에는 10달러 마지노선이 무너지면서 8.99달러 무제한 고기 집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고기 전문 식당들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고기 매니아들은 어부지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MSN 아이디가 ‘꽃 보다 고기’일 정도로 자타 공인 고기 매니아였던 기자도 7일 연속 무제한 고기 뷔페를 찾는 기염을 토하며 고기 식당들의 과열 경쟁을 은근 즐기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기자 못지않게 육류를 즐기던 한 중국 친구의 돌연 ‘베지테리언 선언’은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던 기자에게 그는 얼마 전 식용가축의 도살현장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홈, 더 무비’(Home the movie)와 ‘더 얼스링스’(The Earthlings)를 본 뒤, 식용가축들이 얼마나 끔찍하게 인생을 살다가 처참하게 죽음을 맞이하는지, 과도한 육류 섭취가 인간은 물론 지구의 건강에 얼마나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지를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순간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교내식당 메뉴 개선에 앞장서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레드 랜드 대학을 취재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 대학 카페테리아에는 “소고기를 택하던지 자동차를 택하세요”라고 쓰인 간판이 걸려있다. 전 세계적으로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개스의 18%가 가축에서 나오는데, 이는 교통 과밀 지역에서 방출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이기 때문이다.
‘로우 카브’ 다이어트의 창시가 헬렌 요크는 식생활만 개선해도 매해 그린하우스 개스 방출량을 25%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쇠고기와 양고기는 다른 육류에 비해 메탄 방출량이 엄청나며, 메탄은 탄소에 비해 지구 온난화를 23배나 가속화 시킨다”고 덧 붙였다.
특히 미국은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이 많은 나라 중 하나다. LA 한인타운만 해도 무제한 고기 메뉴를 제공하는 구이 전문점이 약 30여 곳. 일부 식당은 주말에는 30분씩 기다려야 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하루에 한 식당에서만 수십 수백마리의 가축들이 잡아먹히는 실정인 것이다. 고기 사랑으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기자조차도 이제는 식생활 방식을 바꿔야 할 때가 왔음을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고기 집 사장님들께 항의 받을 각오로 말한다. 친환경 소재의 자동차와 전구로 가전제품을 바꾸는 것도 좋지만 매일 먹는 육류 섭취량을 조금만이라도 줄이자. 끔찍한 환경에서 대량 사육당해 잔인하게 도살 되는 가축보호는 물론 환경보호, 더 나아가 본인의 ‘웰빙’에도 엄청난 공헌을 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홍지은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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