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에 일곱은 사실이고, 셋은 허구다. 동양인의 애독서 삼국지연의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 진위는 불분명하지만 이 삼국지에는 독자가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여러 곳에서 나온다.
그 중 하나가 유비가 만년에 마침내 유장이 통치하던 서천(西天)지방을 취하고 서정쇄신을 단행하는 장면이다. 법령을 먼저 손대면서 유비는 제갈량에게 당부한다.
“나라의 법령 가운데 으뜸은 죄와 벌을 다스리는 형률로, 착한 사람은 마음 놓고 살 수 있고 악한 자는 두려움을 품게 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정하시오.”
제갈량은 명을 받들어 치국(治國)의 조례를 정하는 데 형법이 심히 엄중했다. 그러자 법정이란 사람이 한 마디 하고 나선다. “옛적에 한(漢)고조는 법을 줄여 단 세구절만 남겨 백성들이 모두 그 덕에 감복했습니다. 그러니 형벌을 너그러이 해 백성들을 편안케 하십시오.”
말하자면 대중에 영합하라는 간언이다. 그러자 제갈량은 이렇게 말한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이야기요. 옛적에 진(秦)의 법은 지나치게 모질어 백성의 원한을 산 까닭에 한고조는 관인한 정사를 펼쳤습니다.”
“그 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유장은 어둡고 약한데다가 덕정도 펴지 못하면서 위형도 엄숙하지 못해 망한 것입니다. 법령으로 위엄을 세워 그게 지켜지는 게 오히려 은덕이 되게 함으로써 기강을 바로잡고 또 은덕과 영화로움을 되살릴 때입니다.”
법정은 그 논리에 감복했다고 한다. 그리고 정권교체로 뒤숭숭했던 서천의 인심은 가라앉으면서 백성은 안도했다고 삼국지는 기술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강화론’을 두고 적잖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한 마디로 웃기는 이야기라는 게 좌파의 반응이다. 우파는 우파대로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모양이다. 그러면서 실체가 무엇인지 색깔을 분명히 하라는 성토다.
왜 느닷없는 ‘중도강화론’인가. 처음에는 ‘촛불정국’이었다. 그게 ‘조문정국’으로 이어졌다. 거기서 벗어나려는 정국전환용 카드가 바로 ‘중도강화론’이라는 게 대체적인 진단 같다.
대통령이 허름한 차림으로 장터에서 사람들을 만난다. 서민경제의 깃발을 높이 들고 좌와우를 아우르겠다는 게 이른바 ‘중도강화론’이다. 그게 근본적 처방전이 될 수 있을까. 좌와 우 양쪽 모두에서 회의적 시각이 강하다.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은 그동안 심각한 도전을 받아왔다. 법치주의가 무너졌던 것이다. 툭하면 촛불을 켜들고 거리로 나선다. 그래서 잃어버린 시간이 1년도 넘는다.
MB정권의 근원적 처방은 다른데 있는 것 같지 않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수호하는 법치주의강화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도저도 아닌 말뿐인 ‘중도강화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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