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영영웅인 ‘마린보이’ 박태환이 남가주 USC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다. 오는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대비하는 것으로 올해 초에 이어 벌써 두 번째 LA 나들이다.
한국인 최초로 수영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박태환은 한국이 낳은 최고 스포츠 스타중 하나다. 그가 LA에 와 있다면 그 자체로 남가주 한인들에게 큰 뉴스다. 그런데 박태환이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LA를 찾아와 훈련을 하고 있건만 정작 LA 한인사회에서 박태환에 대한 열기는커녕 온 흔적조차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왜 그럴까.
박태환은 현재 ‘SK텔레콤 스포츠단’ 산하에 속한 전담팀의 관리 아래 훈련을 하고 있다. 이 전담팀은 박태환 옆에 24시간 상주하며 모든 훈련일정을 지원하고 관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박태환의 훈련과 보호’에만 몰두해 선수가 아닌 스타로서 뒷받침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박태환 팀은 LA에 도착한 뒤 공항 인터뷰도 거부하는 등 언론을 피해왔고 이후 한차례 공개훈련을 제외하곤 베일 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그 공개훈련도 사실 대상이 한국언론이었고 이곳 현지 언론들은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해 ‘알아서’ 찾아가야했다. 이 곳 언론에 대한 무관심이자 곧 LA 팬들에 대한 무관심이었다. 한인타운에 나와서도 팬들의 사인요청은 들어주지만 사진촬영은 거부한다고 한다. 한 번은 해변에서 망중한을 즐기는 박태환을 취재하던 본보기자를 지원팀 관계자가 막아선 일도 있었다. 별 지장을 줄 상황이 아니었는데 꼭 그래야만 했는지 안타까웠다. 박태환 보호에 충실한 것은 좋지만 무조건 주변에 장막을 둘러치는 데만 급급해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큰 안목에서 팬들과 언론에 대해 유연한 자세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지난주 베이징올림픽에서 8개의 금메달을 휩쓴 이후 처음으로 수영대회에 출전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대회개막 전날 대회장인 노스캐롤라이나 샬롯에 도착한 뒤 곧바로 이 지역 아동병원을 찾아 어린 환자들을 위로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복귀전을 하루 앞두고 비행기에서 내린 펠프스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어린이병원 방문이었다는 것에서 대 선수다운 여유와 자신감이 느껴진다. 스스로 팬들을 찾아감으로써 마리화나 스캔들로 퇴색됐던 이미지를 회복시켜나가겠다는 적극적 의지도 엿볼 수 있다.
물론 매일 훈련에만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란 박태환에게 이 같은 특별한 이벤트를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큰 지장을 주지 않고 이곳 한인 팬들과 교류할 수 있는 통로인 동포언론과의 접촉 기회마저 한사코 차단하려는 지원팀의 경직된 자세는 이해하기 힘들다. 박태환은 이미 한 개인이 아니라 세계 모든 한인들의 스타다. 그리고 스타에겐 본인 의사와 관계없이 팬을 배려해야 하는 의무가 따른다. ‘내 할일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팬 없이는 스타도 없기 때문이다. 지원팀은 박태환이 스타로서 팬들과의 교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야한다는 필요성도 인식했으면 한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이 많겠지만 그래도 생각의 틀을 조금만 유연하게, 전향적으로 바꾼다면 팬들을 배려하면서 박태환 본인도 기분좋게 LA훈련을 마치고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동우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