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웹사이트에 이런 질문이 올라왔다. “어쩌다가 결혼하게 되셨어요?”
대답은 여러 가지였지만 가장 압도적인 내용은 ‘타이밍’이었다. 하필이면 그때 그 사람을 만나서, 하필이면 그때 결혼 생각이 들어서… 절묘한 타이밍이 많은 사람들을 결혼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었다. 사랑 혹은 운명이라는 대답을 기대했던 나에게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것이었다는 느낌을 갖게 하는 결과였다.
생각해 보면 인생은 온통 타이밍이다. 사람을 만나는 것, 특정 직업을 갖게 되는 것 등등 뒤돌아보면 ‘그 때’라는 특정 순간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놀라거나 아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타이밍’의 중요성은 자주 나타나는데, 직장에서 전화로 회의를 할 때 어떤 타이밍에 들어가 말을 하는가가 그 하나이다. 한참 진행 중인 주제에 대해 내 의견을 말하기 위해 타이밍을 찾아야 하는데, 어영부영하다가 놓쳐버리면 벌써 다른 주제로 넘어가기 일쑤다. 그러면 또다시 다른 주제와 타이밍 두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한국 오락 프로그램을 보면 요새는 삼삼오오 모여 앉아 ‘말’로 시간을 다 때운다. 물론 설정, 연출도 있겠지만 적절한 타이밍에 나오는 애드립에 더 많은 웃음이 터진다. 애드립이야 말로 타이밍이 생명 아닌가. 그러니 타이밍을 못 맞추고 엉뚱한 말만 하거나 아예 아무 말도 못하면 얼마 후 프로그램에서 퇴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게 언급되는 분야가 주식시장이다. ‘타이밍의 예술’이라고까지 말해지는 주식 거래는 그래서 “무릎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 “골든크로스에 매수하고, 데드크로스에 매도하라” 등 각종 매매 공식들이 전해지지만 언제나 결론은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것으로 맺어진다.
다른 분야는 어떤가. 작고한 캐나다의 정치인 피에르 트뤼도는 “정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타이밍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미국의 유명한 텔리비전 쇼 진행자였던 머브 그리핀은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우연이었다. 나는 운명을 믿지 않는다. 그것들은 행운, 타이밍, 그리고 사고일 뿐이다”라고까지 말했다.
언뜻 보면 기울인 노력보다 타이밍이 더 중요했다는 말 같다. 하지만 사실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 누구보다 노력을 많이 한 사람들이다.
사실 타이밍은 그 사건이나 일이 지난 후에야 보인다. 결혼하는 사람들도 그 당시에 누가 ‘이건 타이밍이야’라며 결혼식장에 들어서겠는가.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럴 뿐이다.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이 붐을 이룰 때 ‘타이밍’에 딱 맞춰 사업을 시작한 사람은 웃었을 것이고, 시장이 포화상태일 때 ‘타이밍’을 못 맞추고 시작한 사람은 울었을 것이다.
타이밍은 결국 스스로 만반의 준비를 갖춘 상태, 부족하지도 어리숙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행동에 옮기는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취업준비를 흡족하게 한 사람이 치른 시험과 부족하게 한 사람이 치른 결과도 다를 것이 뻔하다. 시간이 흐른 후 전자는 ‘타이밍’이 맞았다고 말할 것이고, 후자는 ‘타이밍이 안 맞았다’고 하지 않을까.
결국, 절묘한 타이밍은 어느 날 우연히 오는 것이 아니라 차근차근 만들어가는 것이다.
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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