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내 유머감각이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바쁜 생활 중에도 종종 고국의 TV 오락 프로그램을 시청하곤 하는데, 사람들이 웃을 때 무엇이 우스운 건지, 그 유행어가 어떤 의미인지 잘 공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나를 보고 아내는 “강산이 변해도 두 번 변했을 텐데 당연한 일이에요. 당신 유머감각은 내가 보장하니까 염려마세요” 하고 위로의 말을 건넨다.
20년 넘는 이민생활, 이민 1.5세로 살아가는 나에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이따금 나도 함께 웃을 수 있는 공감의 웃음코드가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에 시청한 쇼프로그램 가운데 배꼽이 빠질 만큼 나를 웃게 한 것이 있는데, 바로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였다. 2~3분간 진행되는 짧은 코너인데도, 그 안에는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진행자와 달인, 그리고 그의 애제자가 나와, 가짜 달인 행세를 하는데, 진행자는 달인을 존경하는 듯한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곧 그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화를 내며 그들을 쫓아내는 내용이다. 웃으라고 만든 코미디이니 무심히 보며 웃고 말지만 그러던 중 나는 ‘달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달인에는 두 부류가 있다. 은반의 여왕 김연아나 우리의 자랑스러운 바이얼리니스트 장영주처럼 기예에 숙달한 사람을 달인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달인은 예수나 부처, 또는 소크라테스처럼 인생을 달관한 성인이나 철학가를 그렇게 지칭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부류이든 우리는 그들을 마음 깊이 존경한다. 그들에게는 존경 받을 만한 분명한 이유가 있다. 고난의 연습 혹은 고행의 과정을 잘 이겨내고 어떤 경지에 도달한 후에도 철저한 훈련과 자기 관리로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때문일 것이다.
나는 피아노를 가르치며 아이들에게 ‘연습’을 강조한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바로 ‘연습’이다. ‘최고’로 가는 길은 ‘최선’에 있다는 것, 연습만큼 분명한 지름길이 어디 있을까?
진정한 고수들은 연습을 사랑하며 즐긴다고 한다. 사랑하면 어떠한 조건도 방해가 되지 않는다.
첼로의 거장 요요마는 탱글우드의 숲속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곤 했다. 연습 때마다 첼로 연습에 푹 빠져 있는 요요마의 표정은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도 행복하게 만들었다.
러시아가 낳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에프게니 키신 역시 그러했다. 어느 날 하얀 피아노 건반에 아들의 붉은 피가 뒤덮인 것을 보고, 어머니는 제발 연습을 멈추고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뛰어 놀라며 울며 부탁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미국이 자랑하는 경영 컨설팅의 ‘달인’ 데일 카네기는 “자신이 하는 일을 재미없어 하는 사람치고 성공하는 사람 못 봤다”(People rarely succeed at anything unless they have fun doing it)고 말했다.
지난 한 달간 우리는 많은 달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WBC 대회 중 다저스 구장에서 만난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선수들 역시 달인이었고, 꿈의 성적 200점을 돌파해 챔피언이 되고,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 감동의 눈물을 온 국민에게 선사한 김연아 선수 역시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 달인이었다.
진정한 달인은 땀 흘려 노력함으로써 주변 사람들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 자녀들이 언젠가 이웃을 행복하게 만드는 ‘달인’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격려하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한다.
앤드루 박
피아니스트/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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