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를 틀면 콘돔 광고가 자주 눈에 들어온다. 미국의 상징인 대머리 독수리까지 내세운 광고는 안전하고 즐거운 섹스를 자신 있게 보장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콘돔은 TV 광고가 터부시됐던 아이템이었다. 또 발기부전 치료제 광고도 최근 들어 부쩍 늘어난 느낌이다. 한국팀이 선전한 WBC 대회 중계를 보면서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발기부전 치료제 광고 때문에 자녀들과 함께 TV 보기가 민망했다고 털어놓은 한인들도 있다.
불황기에는 콘돔을 비롯한 성관련 물품들이 많이 팔린다는 게 속설인데 그래서인지 금년 들어 이런 제품들의 판매가 크게 늘고 있다. 지난해보다 6% 이상 늘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것이 활발한 광고의 결과인지, 아니면 늘어난 판매에 고무돼 광고가 더 활발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현상은 미국과 한국이 다르지 않다.
불황기의 이런 현상은 젊은 부부들이 자녀 출산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고려하는 데다 불황으로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처럼 성관련 용품은 불황에 내성이 강하다. 그래서 업자들은 “성욕은 절대 불황을 타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경기침체가 심화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경기가 나빠질수록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제품들이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것을 ‘열등재’라고 부른다.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나빠질수록 판매가 늘어나는 제품이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물품으로는 소주를 들 수 있다. 미국에서는 각종 세금과 마진이 붙어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아직까지 소주는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서민들의 시름을 달래주는 친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국에서 요식업계가 전반적으로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맛있고 저렴한 커피와 패스트푸드를 파는 맥도널드는 호항을 누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또 다른 제품으로 립스틱을 든다. 불황기에는 립스틱 판매가 급증한다. 이 또한 주머니 사정과 무관치 않은데 고급 제품으로 치장하기 힘들어진 여성들이 저렴한 립스틱을 많이 사용해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기분도 밝게 하다는 것이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이러 현상을 ‘립스틱 효과’라고 부른다.
24일자 뉴욕타임스는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캔디와 초컬릿 같은 단맛을 찾는 미국인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크게 늘어난 캔디 소비자들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이다. 경제의 시큼함을 캔디의 달콤함으로 달랜다는 것이다. 대공황 때도 캔디공장은 쉼 없이 돌아갔다.
그 결과 캔디 업계는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캔디 판매 또한 열등재가 절대 우세를 보이고 있다. 고급 캔디와 초컬릿 판매는 줄거나 제자리걸음인데 반해 그동안 고급 제품에 점유율을 빼앗겨 왔던 허시 키시스 같은 저렴한 제품들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물품의 변화를 통한 경기를 진단해 보려고들 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속설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사실 모든 것이 잘 굴러가는 호황기에는 애써 이런 분석을 할 필요가 별로 없다. ‘립스틱 효과’니 뭐니 하는 속설들이 자주 회자되는 현상 자체가 불황의 확실한 증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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