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 파키아오(오른쪽)가 오스카 델 라 호야의 안면을 강타하고 있다.
델 라 호야, 파키아오에 8회 TKO패
“오스카 델 라 호야는 두 가지 타고난 재주가 있다. 하나는 잘 생기고 말도 잘 해 이 세상 그 어떤 복서보다 돈을 잘 버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빅 매치란 빅 매치는 다 패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는 것이다. 슈거 셰인 모즐리,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 버나드 합킨스, 필릭스 트리니다드 등등… 따라서 매니 파키아오에게도 틀림없이 진다.”
ESPN 복싱 해설가 테디 애틀라스의 예언이 정확하게 맞았다. 체급을 내린 복서가 체급을 올린 훨씬 작은 복서를 상대로 신장, 리치, 파워 등 여러 가지 신체적 우세를 이용, “지루한 파이트를 만들 수도 있지만 스피드에서 우위인 상대가 파고들게 내버려두며 난타전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던 시나리오가 그대로 전개됐다.
오스카 델 라 호야는 8라운드 이후 코너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결국 체급 차이가 너무 나 ‘미스매치’가 우려됐던 주먹대결은 실력 차이가 너무 난 ‘미스매치’로 끝났다. ‘골든보이’ 델 라 호야는 6일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가든에서 벌어진 세기의 주먹대결에서 필리핀산 ‘팩맨’ 매니 패키아오에 8라운드 동안 뭇매를 맞은 끝에 TKO패를 당했다. 델 라 호야가 이긴 라운드는 단 하나도 없었다.
파키아오는 체급을 막론하고 세계 최고 복서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지만 복싱과 사업을 병행해온 델 라 호야는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하게 됐다.
키가 5피트 6인치에 불과한 왼손잡이 파키아오는 플라이급(50.8㎏)에서 출발해 1998년 세계복싱평의회(WBC) 타이틀을 따냈고, 2001년 수퍼밴텀급(55.34kg), 지난 3월 수퍼페더급(58.97㎏)에 이어 6월 WBC 라이트급(61.23kg)에서 세계 정상에 오르는 등 아시아인으로는 처음으로 4체급 타이틀을 석권했다. 하지만 라이트급(61.23㎏) 위에서는 뛰어본 적이 없는 경량급 복서로 이번 경기를 웰터급으로 치르기 위해 두 체급(5.65㎏)을 더 올렸다.
반면 델 라 호야는 키가 4인치나 더 큰 5피트 10인치로 수퍼페더급(58.97㎏)에서 출발해 라이트, 라이트웰터, 웰터, 수퍼웰터, 미들급(72.57㎏) 타이틀을 차지한 대표적인 중량급 복서다. 허리에 찬 챔피언 벨트는 모두 10개에 이르고 특히 최근 7년간은 수퍼웰터급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다.
작년 5월 메이웨더 주니어(31·미국)에게 판정패한 델 라 호야는 몇 체급 아래의 파키아오를 골라 권토중래를 노렸다가 오히려 은퇴를 앞당기게 된 셈이다. 파키아오는 1회부터 한 방을 노리는 델 라 호야의 느린 주먹을 여유 있게 피하며 왼손 펀치를 꽂아 넣었고, 7회 중반부터 델 라 호야를 코너로 몰아넣고 난타를 퍼부었다. 파키아오의 좌우 훅에 이은 스트레이트가 얼굴에 터지자 왼쪽 눈 아래가 부풀어 오른 델 라 호야는 양손 가드를 올린 채 도망치기에 바빴다. 파키아오가 7회 45방의 펀치를 터뜨린 반면 델 라 호야의 주먹은 4방에 불과했다.
델 라 호야는 8회 다운당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고 결국 9회가 시작되기 전 코너가 타월을 던졌다.
심판 3명 중 2명은 1∼8회 내내 파키아오의 우세라고 판정했고, 다른 1명은 5회에만 호야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준 것으로 나타났다.
메이웨더 주니어와의 파이트 때는 자신의 코너를 맡기도 했던 파키아오의 트레이너 프레디 로치에 경기 후 “네 말 대로 난 한 물 간 것 같다”고 말한 델 라 호야는 이번 패배로 39승(30KO)6패가 됐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델 라 호야가 프로 복싱 16년간 KO패를 당한 것은 2004년 9월 합킨스에게 졌을 때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파키아오는 48승(36KO)3패2무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경기는 입장권과 페이-퍼-뷰 TV 중계권 등을 포함해 총 1,700만달러 이상의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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