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델 라 호야(왼쪽)와 매니 파퀴아오가 5일 계체량을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필리핀의 국민영웅인 WBC 라이트급 챔피언 매니 파퀴아오(29)와 복싱계의 ‘골든보이’ 오스카 델 라 호야(35)가 중간체급인 웰터급에서 충돌하는 12라운드 논타이틀 매치가 6일 오후 6시(LA시간-TV 페이퍼뷰) 라스베가스 MGM 그랜드 특설링에서 펼쳐진다.
올해 복싱 최고 빅카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대결은 현재 ‘파운드-포-파운드(Pound-for-pound)’ 세계 최고의 복서로 평가받고 있는 파퀴아오가 자신보다 훨씬 큰 델 라 호야를 상대로 두 체급이나 올려 도전장을 낸 것으로 현재 전 세계적 경제위기에도 불구, 페이퍼뷰 판매에서 역대 최고기록을 위협할 것으로 예상되는 메가 파이트다. 이미 필리핀에선 이 경기 시간대에 (범죄자들이 모두 중계를 보기 위해 TV앞에 있을 것이기에) 범죄율이 0%로 내려갈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을 정도로 전 국민이 이 경기를 기다리며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 있을 정도다.
이날 경기는 사실 델 라 호야(39승5패 30KO)로서는 경기 자체만 놓고 보면 잘해야 본전인 싸움이다. 자기보다 훨씬 작은 상대를 맞아 지면 망신이요, 이겨도 본전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그는 “무조건 KO로 이길 것이다. KO로 못 이긴다면 대단히 실망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파퀴아오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시아 선수로는 사상 최초로 4체급에서 세계챔피언에 올랐고 현 WBC 라이트급 타이틀 보유자인 파퀴아오는 지난 6월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가 은퇴를 발표한 뒤 복싱전문지 링 매거진으로부터 파운드-포-파운드 넘버 1 복서로 인정받은 선수다. 통산전적 47승2무3패 35KO를 기록하고 있는 파퀴아오는 특히 수많은 멕시칸 복서들을 때려눕혀 ‘Mexe-cutioner (Mexican+Executioner- 멕시칸 사형집행자)’라는 섬뜩한 별명까지 갖고 있는 강타자다. 신장이 5피트 6.5인치(169cm)로 5피트 10.5인치인 델 라 호야보다 4인치나 작고 팔 길이도 67인치 대 72인치로 5인치나 짧은 등 신체조건은 델 라 호야에 비해 훨씬 떨어지지만 테크닉과 스피드, 펀칭 파워가 모두 뛰어나 델 라 호야로서도 최상의 상태로 나서지 않는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대다. 특히 지금까지 뛰어오던 154파운드에서 147파운드로 감량하는 것도 부담되는 요소다.
이 싸움이 불필요한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파퀴아오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한 번도 싸워보지 못한 체중으로 링에 올라야 하고 훨씬 큰 상대와 맞서는 것이다. 여기서 델 라 호야를 눕힌다면 단숨에 세계복싱 최고의 스타로 떠오를 수 있기에 엄청난 도박을 감행한 것이다. 델 라 호야는 지난 9차례의 파이트를 150파운드 이상 체급에서 치른 반면 파퀴아오는 주로 130파운드 이하에서 활동하다 올해 135파운드로 올려 라이트급 타이틀을 따낸 바 있기에 두 선수간의 체급차는 20파운드에 달한다. 두 선수는 6일 대결에서 147파운드로 링에 오른다.
델 라 호야와 메이웨더의 대결에서 델 라 호야의 트레이너를 맡았던 프레디 로치는 이날 파퀴아오의 트레이너로 나서는 데 그는 델 라 호야의 주무기가 레프트훅이고 오른손 쪽은 파워나 유효타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 파퀴아오는 왼손잡이인 것을 들어 파퀴아오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전설적인 트레이너 앤젤로 던디는 “왼손잡이에게 왼쪽은 블라인드 사이드”라면서 “갑자기 날아오는 레프트훅은 왼손잡이에게 죽음을 의미한다”고 오히려 델 라 호야가 유리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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