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석중 ‘점(點)’ 전문
낯빛이 옥잠화인 이 여자
이 여자의 아랫입술 아래 왼쪽 볼우물 기슭에
저 반짝이는 참새 눈망울 같은 점 때문일까
무슨 점이냐고 내가 물으니
식복(食福)을 가져다주는 점이라 한다. 이어 말하기를
이 점 때문인지는 몰라도
평생 밥 먹고 사는 데는 걱정 없었다고 파르르 웃는데
얼핏 눈가에 그늘 한 잎 나부낀 것 같아서
나는 엉뚱하게도 그 식복에 입을 대고 싶다
이 점 데려다가 인생의 불씨를 새로 던지든지
그냥 마침표를 찍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저 안개 걷힌 호수에 돌멩이 하나 풍덩 던지고 싶은
점· 점· 점 모를 점이다
장소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는 데도 나는 왠지 식당 풍경을 떠올린다. 호수가 내다보이는, 근사한 식당은 아니고 조촐한 어느 식당의 여주인에게 점을 핑계로 넌지시 말을 건네는 화자의 모습을 본다. 식복(食福)을 세상에서 가장 큰 복으로 아는 여인. 그 점으로 마침표를 찍어도 좋겠다는 생각은 그녀의 눈가에서 언뜻 보았던 그늘 탓이다. 왠지 모를 연민으로 빠져드는 스스로의 감정에 대해서 “점· 점· 점 모를 점”이라고 능청스럽게 끝을 맺고 있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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