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하게 차려진 수십 가지의 반찬들이 각양각색 앞 접시에 담겨 화려하게 차려진다.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드는 다양한 요리의 향연. 너무 종류가 많아 일일이 다 맛을 보기도 어려울 정도다.
반드시 최고급 식당이 아니라도 웬만한 한인타운 식당을 찾으면 쉽게 발견할 수 있는 현상이다. 메인요리 나오기 전, 수십 가지의 반찬이 먼저 상다리가 부서지게 ‘한 바닥’(?) 깔리는 것이다. 반찬의 종류는 금방 동이 나기 일쑤인 오징어채, 부침개, 어리굴젓, 깻잎 등 식당에 따라 그 종류도 가지가지다. 고객들의 구미에 맞게 정성스러운 반찬을 준비하는 것은 우리네 식당문화의 특색이요 미덕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 미덕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서브되는 모든 반찬을 고객들이 맛있게 먹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어떤 반찬은 아예 손조차 대지 않기 때문이다.
“손님들이 손도 대지 않은 반찬들이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직통할 때는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일본 식당처럼 야박하게 밑반찬 하나씩 돈을 받을 수도 없잖아요. 먹지 않을 것 같은 반찬은 종업원이 식탁에 내리기 전에 미리 먹지 않을 테니 가져가 달라고 부탁하면 음식 낭비를 크게 줄일 수 있을 텐데…”
취재차 만났던 D식당 김 사장의 넋두리다. 손님들의 식탁에 올려졌지만 젓가락 한번 닿지 않은 채 버려지는 음식의 양이 엄청나다는 것. 캘리포니아 규정상 일단 식탁에 올라간 반찬은 다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모두 버리지만 식량난에 허덕이는 지구촌 빈민들을 생각할 때 마음이 미어진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음식낭비 현상은 ‘셀프 서비스’ 식당에서도 더욱 두드러진다. 타운 내 한 부페식당의 매니저 김모씨는 “한인들의 무의식중에 너무 많은 음식을 덜고, 별 양심의 가책 없이 남은 음식을 버린다”며 무분별한 음식 낭비벽을 꼬집었다.
문제는 이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당연시 여기는 무감각함이다. 한국의 한 문화평론가는 세계적으로 음식낭비가 어마어마한 사회적 낭비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무감각한 국민의식도 문제지만 엄청난 자원 낭비와 막대한 쓰레기 처리 비용을 치르는 국가적 손실에 개선 의지 없이 손을 놓고 있는 각국의 정책 당국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세계 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반대편에서는 5초당 1명의 어린이가 기아로 죽어간다고 한다. 더군다나 에너지 위기와 함께 곡물가가 치솟는 식량 위기가 현실화되는 시점에서 음식 낭비는 그야말로 ‘죄’라 아니할 수 없다.
풍요와 빈곤의 차이가 극에 달하고 있는 불공평한 분배의 시대다.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도, 식당을 찾는 고객들도 불교단체 정토회에서 벌이고 있는 ‘빈 그릇 운동’의 정신을 한번쯤 되씹어 보았으면 좋겠다.
홍지은 특집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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