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음식을 잘 못 먹고 배탈이 나 밤새 배가 아프고 설사로 고생한 기억을 한두 번쯤은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평소엔 음식을 먹고 나서 수 시간 걸리는 소화관의 통과 시간이, 어떤 이유로 장의 연동운동이 항진되거나, 호흡기능의 저하, 체액의 삼출 등 때문에 1∼2시간이 되어 장의 내용물이 수분이 많은 상태로 배출되는 것을 설사라 하는데, 건강한 성인의 배변 횟수나 배변량은 일반적으로 1주 3회에서 일일 3회, 50∼250g까지를 정상이라고 합니다.
설사는 배변 횟수가 하루 4회 이상, 대변량이 하루 250g 이상의 묽은 변이 있을 때를 말합니다. 보통 수분이 85% 이상 함유된 변을 수시로 보는 것을 설사라 하는데, 설사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심리적 불안이나 스트레스로 장의 운동이 항진되고 점액 분비가 증가되어 발생하고 음식물의 앨러지로 인해 소화기능이 떨어져 생기며, 약물제제에 의한 과도한 장자극에 의해 일어나지만 가장 일반적인 원인 중 하나는 장의 운동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기름진 음식이나 커피, 술, 양념이 많은 자극적 음식 등이고, 강한 항생제 복용과 장 또는 위의 절제수술을 받았을 경우도 설사를 일으키게 됩니다.
설사는 급성 설사와 만성 설사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갑자기 발생하는 설사, 즉 급성 설사는 세균, 바이러스, 진균류에 의한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거나, 과다한 음주, 과식 등 먹는 것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또한 중독에 의해서도 갑자기 설사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음식 앨러지나 과다한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성 설사도 급성 설사의 형태를 보입니다. 만성 설사는 대개 4주 이상 지속되는 설사를 말하는데 중요한 원인으로는 궤양성 대장염, 크론씨병 등과 같은 만성 염증성 장질환과 과민성 대장증후군과 같은 기능성 장 질환을 들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당뇨. 갑상선 기능 항진증 등의 내분비 질환을 포함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만성적인 설사가 유발되곤 합니다.
설사와 구별해야 하는 것으로 가성설사는 하루 3~4회 이상 배변하나 전체 배변량은 정상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과민성대 장증후군, 직장염, 갑상선기능 항진증에서 잘 나타나고, 배변실금은 항문 직장 골반 근육의 이상으로 수의적인 배변조절이 되지 않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주 배변하게 되는 것으로 전체 배변량은 250g을 넘지 않아 설사와는 다른 것입니다.
한의학적으로 설사의 원인을 알아보면 습사와 같은 외부의 좋지 않은 기운이 침범하거나, 잘못된 음식물의 섭취 등으로 인해 비·위·대·소장의 소화기 기능에 이상이 생겨서 설사가 발생하게 되는데, 그 원인 및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한열허실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변이 푸른색을 보이며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고 대변에 수분이 많아서 비교적 맑은 경향을 보이면 한증에 속하고, 대변이 황갈색이며 탁하고 냄새가 심하게 나고, 항문이 타는 듯한 느낌이 있는 것은 대개 열증에 속합니다. 설사의 발생 및 진행속도가 빠르고 배가 아프지만 대변을 본 후에는 통증이 줄어드는 것은 대개 실증에 속하고, 설사의 발생 및 그 진행이 느리고 복통이 심하지 않는 것은 허증에 속한다고 봅니다. 물론 단순히 대변의 상태만을 보는 것은 아니고 환자의 다른 전신적인 상태를 함께 고려하여 분류하므로 맥상 및 혀의 상태, 발열 및 발한의 여부, 그리고 소변의 상태 및 입이 마른지 안 마른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분류합니다. 다음 주에는 좀 더 자세히 한의학적 설사의 관점을 이야기하고 설사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방법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213)487-0150
조 선 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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