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겐 피할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다른 하나는 세금이다.”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하지만 연방국세청(IRS)이 연간 3,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금징수액과 납부액의 차를 메우기 위해 고소득층을 겨냥해 엄포성(?) 발표를 하는 것을 보면 “부자들에겐 세금을 피할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로 말을 바꿔야 할 듯하다.
최근 IRS는 해외에 1만 달러 이상의 금융계좌를 보유한 납세자들은 이를 소득세와는 별도로 연방재무부에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고지했다.
이민사회의 특성상 한인들은 한국에 일정 금융자산을 보유한 경우가 있는 만큼 이런 보도를 보면 움찔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기 쉽다. 한인 공인회계사들도 이런 내용을 고객들에게 설명은 하지만, 강요할 수 없는 입장인데다가 세무당국이 위반 여부를 밝혀낼 확실한 수단이 없기 때문에 강제력이 약한 규정이 돼버린 것이 현실이다.
사실 이런 발표는 선량하게 땀 흘려 번 돈의 상당부분을 뚝 떼어 정부에 세금으로 내는 다수의 납세자들보다는 IRS와 머리싸움을 벌이며 항시 빠져나갈 방법을 찾곤 하는 소수의 납세자들을 향한 엄포성이라 생각된다.
IRS LA지부의 미디어 담당관은 “10만 달러이상 소득자 11명중 1명은 감사를 당한다”면서 “ 해외의 조세회피처를 이용해 탈세한 부유층을 적발하기 위한 것이니 일반 납세자들은 보고 의무만 준수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조금 거칠게 재해석해 보면 “부유층 탈세자들을 잡아내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으니 조심해라. 규정의 틈새로 빠져나가는 탈세자를 잡기 위해 전체 납세자를 대상으로 엄포를 놓을 수밖에 없다”로 들린다.
이 사회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는 모범 부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하루하루 먹고 살기 위해 써야 하는 절대 시간이 적은 부자일수록 자신의 부를 지키고 늘리기 위해 투자할 시간과 자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들은 냉엄한 자본주의 게임에서 가난한 다수보다 훨씬 부지런히, 제도가 바뀔 때마다 그 틈새를 찾고, 때론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하게 쌓아올린 부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세무당국은 이런 경계선에 있는 납세자들을 잡아내고 싶지만 정확한 조준경이 없다보니 때로 전 납세자들을 향해 엄포성으로 큰 소리를 내는 듯하다.
잡으려는 자와 잡히지 않으려는 자의 술래잡기는 물론 다른 이들도 모두 지키지 않고, 걸릴 우려도 없는데 굳이 나서서 속주머니를 공개할 이유가 없다는 심리까지도 미국과 한국이 다를 것이 없다.
윤리문제를 떠나 세금에 관한 지식은 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수적이고, 이런 지식을 힘겹게 얻은 부자들은 인간이 피할 수 없다던 세금을 피하기 위해 죽을 노력(?)을 다하는데, 이만큼 필사적이지 않은 IRS의 엄포성 정책은 실효가 없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린다.
배형직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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