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될까 예측해보자. 미국의 다음 대통령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중시하고, 이민법 개혁을 추진하며, 연방 정부의 투명성을 높이고, 관타나모베이 테러범 수용소를 폐쇄하는 인물이 될 것이 틀림없다.
선거가 5개월이나 남았는데 어떻게 그렇게 단언할 수 있냐고 물으시겠지만, 무슨 미래를 내다보는 신통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민주당 대선 주자 지명 절차만 남은 버락 오바마와 공화당 주자인 존 매케인, 두 후보 모두 이들 이슈에 대해 똑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어 누가 되어도 맞는 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의 분석인데, 오바마와 매케인 두 후보는 이같은 환경·이민 등 문제에 대해서는 놀라우리만치 서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세금 감면이나 이라크전, 의료개혁 등 메이저 이슈들에 대해서는 입장이 정반대이지만.
‘사상 최초의 흑백 대결’이라는 흥미로운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이번 대선은 그러나 결국 ‘경제’ 문제가 최대 쟁점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과거 빌 클린턴 대선 성공의 트레이드마크였던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을 오바마가 재빨리 들고 나온 것도 이를 간파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갤런당 4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끝을 모르고 올라만 가는 개솔린값에 우리 일반인들이 피부로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은 극심하다. 이같은 개스값 파동의 원인인 국제 원유가는 최근 배럴당 14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고, 부동산시장이 지리멸렬해지고, 주식시장도 힘을 못쓰는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투기 자본들이 석유 선물시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수급 요인 등 시장원리에 따른 현재 원유가의 적정선은 70달러대라는 분석이 있다. 이 분석대로라면 작금의 원유가 수준은 투기 자본 때문에 무려 두 배나 뻥튀기되어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고통 받는 서민들은 주유소 펌프 앞에 설 때마다 분노만 치밀 뿐이다.
차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요즘 한 차례 주유에 예전보다 추가로 들어가는 부담이 보통 10~20달러 정도이니 사실 그리 크지 않은 액수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는 심리다. 가뜩이나 경기도 안 좋은데 갤런당 1~2달러에 익숙해 있던 개스값이 5달러를 바라보는 상황에서는 차량 운행을 줄이고 소비도 위축될 수밖에.
어떤 분은 “개스값을 정상화시킬 수 있다면 대선에서 그 후보를 두 말 않고 찍겠다”고까지 말한다. 차기 백악관 주인 자리를 향한 본격 본선 대결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많은 서민들이 이렇게 외치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개스값이야, 바보야!’라고.
김종하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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