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한은행 주주 총회는 당초 예상과 달리 금새 끝나지 않았다. 한 소액 주주가 급증하는 은행의 부실 대출 현황이 담겨 있는 신문 기사를 손에 쥐고 “왜 아무도 책임 지지 않은 채 이사진을 유임시키느냐”며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부실대출로 몸살을 겪고 있는 한인 은행가에서는 최근 들어 이사진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경영책임을 맡고 있는 행장이 조타수를 똑바로 오른쪽으로 돌리는지, 왼쪽으로 돌리는지 감독해야 할 의무를 이사진들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 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새한은행 주주 총회에서 소액 주주가 “1년에 단 한 번 뿐인 이 때 말고 내가 말할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라며 분통을 터뜨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사도 책임을 지고 일부는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소액 주주의 목소리는 주식회사의 원리 앞에서는 무력해 질 수밖에 없다. 주주 총회의 의결권은 더 많은 주식을 가진 주주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고, 그들의 입김 앞에서 소액 주주가 대항할 방법은 거의 없다.한인 은행 이사들의 이사로서의 적합성에 대한 의문은 수시로 있어 왔다. 한인 은행 이사들은 힘든 이민 생활 속에서 ‘맘&팝’(Mom&Pop)에서 커 온 한인 비즈니스계의 성공 신화를 써내려 온 이들이 많다. 이들 중 나날이 복잡해지는 금융 시스템의 이해도를 한인 이사들이 얼마나 가지고 있을까하는 의문은 그들의 성공 신화에 대한 존경심과는 별개의 문제다.
최근 한 증권관련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A은행 이사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사진이 은행의 작은 일까지 사사건건 간섭하려는 성향이 강하고 그들이 은행 행장으로서 역할과 이사들의 역할을 잘 구분하지 못 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문제 제기는 역시 최근 불거진 참혹한 경영 성과와 폭락한 주식 가격과 맞물려 있다. 한국에서 유입되는 자본과 부동산 경기 호황 등 외부조건에 의한 ‘행복한 나날’을 보냈던 한인 은행에 검증의 칼날이 들이닥친 것이다.
한국의 IMF 관리 체제 이후 불거진 소액주주 운동은 현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오고 있다.
경영진과 이사진의 짜고 치기 고스톱 속에 온갖 문제 투성이를 골라내지 못했던 유명무실 이사회에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아 이사를 선임, 이사회의 견제 역할을 되살리고 이를 투명한 경영, 경영 실적 향상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한인 기업에 대한 애정을 갖고 1주라도 구입한 한인들이라면 한 번쯤 소액주주 운동에 대해 되새김해 볼만 하다.
다만,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경영진에 대한 또 다른 간섭이 되어서는 물론 안 된다. 새한은행의 벤자민 홍 행장은 소액주주의 질문에 대해 “중간 영업 결과를 갖고 문제를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기업을 일구기 위해서는 반짝 성과보다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기초를 단단히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일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석호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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