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신살이 제대로 뻗쳤다. 한인단체들 얘기다. 졸지에 250만 미주 한인들은 한국민들에게 초등학교 5학년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가진 어린아이로 취급받고 있다.
미국 쇠고기가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한인단체장들의 근거 없는 주장 때문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여론으로 정권퇴진 운동까지 벌일 태세의 한국민들을 향해, 쇠고기에 대해 아무런 전문 지식도 없는 미주 한인단체장들이 “미국 쇠고기는 안전하다. 지금까지 먹어왔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니 안심하고 먹어달라”고 했으니 화를 낼 법도 하다.
뉴욕한인회가 제일 먼저 시동을 걸었다. 뉴욕한인회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열어 “재미동포들이 식용하는 쇠고기와 한국으로 수입되는 것은 동일한 것이다. 한국 내 (쇠고기 안전성 우려) 여론이 사실이라면 적어도 미주동포들 가운데 광우병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나왔어야 한다”고 주장, 한국 네티즌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협정 내용의 사실 관계나 제대로 파악하라는 핀잔도 들어야 했다.
다음에는 LA한인사회가 나섰다. LA한인회 사무국장과 의사출신 전직 한인회장이 주도한 5일의 기자회견에는 몇몇 과학 용어가 등장하긴 했지만 참석자들은 양국이 체결한 협정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인정했을 뿐만 아니라 쇠고기 안전성 여부에 대해 엇갈린 발언을 해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비즈니스 관계로 한국에 출장가 있던 남문기 LA한인회장은 지난 6일 한국정부 주최 미국 쇠고기 안전성 설명회에 참석, “재미동포들은 105년 동안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왔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며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발언을 했다. 안전의 근거가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남 회장은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앞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초등학생 수준의 답변만 반복했다.
결국 남 회장은 다음날 출연한 라디오 시사프로에서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한국에서 일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 파동을 보다 못해 달려왔다는 남 회장에게 사회자는 “미국산 쇠고기 때문에 한국에 온 건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고 남 회장은 “그렇다”라고 방송에서 자신의 거짓말을 스스로 시인하는 수모를 당했고 이후 5분 이상 계속된 방송에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했을 뿐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마무리는 미주한인회총연합회의 몫이었다. 김승리 한인회 총연합회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아예 처음부터 “우리는 쇠고기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해 스스로 기자회견을 할 자격이 없었음을 인정했다.
현재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와 게시판, 미주지역 각 한인회 웹사이트에는 한인단체들을 비난하는 글이 폭주하고 있다. 한인 단체장들 스스로가 인정했 듯 전문 지식이 없고 과학적인 근거를 댈 수 없으면 침묵하는 것이 현명한 처신이 아닐까. 미주한인들의 권익 신장에 역점을 두어야 할 한인단체들이 오히려 한인사회 망신을 시키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정대용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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