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로 다가온 인터넷 시대는 단한번의 클릭으로 엄청난 정보를 움직일 수 있는 파괴력만큼이나 빠르게 영화나 드라마, 음반 등 전통적으로 소비를 할 때 마다 정확하게 값을 지불해야 했던 문화 콘텐츠 시장을 휘저어 놓았다.
컴퓨터에 ‘파일’로 업로드할 수 있는 모든 콘텐츠들은 무한공유 및 복제가 가능한 시대가 되면서, 다운로드와 업로드, 스트리밍의 무한반복을 거쳐 더 이상 콘텐츠에 대한 생산자와 유통업자들이 소득을 얻을 수 있던 비즈니스 구조가 무너진 것이다.
물론 현재의 법으로는 절대 다수가 불법인 이런 흐름은 모국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의존율이 높았던 해외 한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퍼졌다. 비디오 대여업체는 물론 이런 콘텐츠를 공급하는 한국의 방송사들, 계약을 통해 합법 콘텐츠를 방영하는 케이블 및 위성 TV사업자들까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불법 다운로드’ 시장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통 ‘웹하드’로 통칭되는 이런 인터넷 도구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보통 저렴한 가입비용으로 거의 무제한에 가깝게 원하는 콘텐츠를 자신의 컴퓨터에 담아낼 수 있다. 한국에서 인기 있는 드라마가 끝나면 거의 실시간으로 고화질의 영상파일이 웹사이트에 올라오고, 아직도 극장에 걸려 있는 최신 할리웃 영화까지도 친절하게(?) 수준급의 ‘한글자막’ 작업을 마치고 업로드된다.
각종 음악은 물론 컴퓨터 소프트웨어까지 클릭 한번만으로 컴퓨터로 끌어낼 수 있는 콘텐츠를 살펴보면, ‘콘텐츠 불법 유통의 해방구’란 말이 딱 맞아 떨어진다.
이런 흐름을 따라 많은 한인들은 컴퓨터를 아예 HDTV등에 연결해 보고 있으며, 일종의 외장 하드 드라이버로 엄청난 저장용량을 가진 디빅스를 가진 사용자들은 수백여편의 동영상을 담아놓고, 동영상 시청의 천국시대를 만끽(?)중이다. LA한인타운의 한 업소에서는 암암리에 100명의 회원만을 확보, 매주 디빅스를 새로운 콘텐츠로 채워주는 비즈니스도 운영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가장 최근에는 무료로 다운로드 없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웹사이트까지도 등장했다.
이렇게 ‘불법 다운로드 시장’의 저변이 빠르게 확대된 가운데도 ‘합법적’으로 동영상 다운로드 서비스를 일반 TV서비스와 결합시킨 IPTV도 연달아 미주 시장에 진출중이다.
6일 모한국방송사 미주법인 앞에서는 ‘한국비디오 남가주협회’ 소속 회원들이 모여 데모를 하며 다른 매체에 제공하는 시간 격차를 두는 ‘홀드백’을 지키고, 콘텐츠에 경쟁 서비스의 광고를 빼라는 내용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미디어 환경변화로 어려움에 처한 비디오 업계의 슬픈 현실이 담겨 있었다.
앞으로 동영상 콘텐츠 유통구조가 어떤 식으로 변화, 정착할지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인터넷의 변화는 규제를 훨씬 앞서나가고 있기 때문에 업계 종사자들에겐 더욱 힘든 시간이 예상된다.
빠른 세상 변화 속에서 ‘슬픈 비디오’가 되지 않을 묘책은 찾을 수 없을까?
배형직
경제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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