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이후 주식과 펀드에 투자한 한인들은 곤두박질 친 증시 덕에 직격탄을 맞으며 원금 타령을 하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로 시작된 경제 불황은 그동안 미국 경제와 연관성이 적으며 승승장구하던 중국 등 신흥시장까지 어두운 그림자를 덮치며 포트폴리오란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위기가 모든 이들에게 위기는 아니다. 부자들은 실탄을 쏟아 부으며 오히려 폭락한 주식을 추가 구입, 매입 단가를 낮추고 있다.
빈자가 부자가 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면 과언일까. 현재 자본주의 사회의 부의 원천이 노동이 아니라 자본이란 점에서 그리 과언은 아닐 것이다. 부자는 넉넉한 곳간 사정으로 실패해도 오뚝이처럼 일어설 재기의 발판이 있지만 빈자는 한 번 쓰러지면 실패자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부자의 실패는 성공을 위한 교훈이고, 빈자의 실패는 무모한 도전이다.
지난해 10월 주식형 펀드와 주식으로 재테크에 돌입한 김모(34)씨. 그는 원금을 까먹은 마이너스 투자자이지만 다시 한 번 주식 매입을 하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다. 큰 폭으로 떨어진 주식 가격을 고려하면 보유 종목에 추가 매입을 해야만 매입 단가를 낮춰서 좀 더 빨리 손익 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김씨의 여윳돈은 바닥이 난 상태다.
반면, 동년배인 김모(36)씨는 지금을 투자의 적기라고 생각하고 금융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바닥을 알 수 없기는 김씨도 마찬가지지만 현 수준보다 주가가 오르리라는 재정상담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외견상 불안불안한 은행 주식을 사 나가고 있다. 이씨와 김씨의 차이는 풍족한 가정 배경을 갖고 있는 김씨의 현금 동원력이‘잃어도 밑질 것 없다??는 공격적인 투자를 가능케 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간 김모(25)씨는 최근 미술품 옥션에서 10만달러의 대박을 터뜨렸다. 중국을 방문해 헐값에 미술품을 사들인 김씨가 미국의 미술품 옥션에서 고가에 되판 것이다. 미술품에 대한 투자는 한국의 미래에셋이 실패의 맛을 볼 만큼 불투명한 시장이지만 역시 부유한 집안 출신인 김씨는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risk taking)을 할 여력이 있기에 큰돈을 손에 쥔 것이다. 실상 그에게 미술품 구매는 리스크 자체도 아닌 셈이다.
돈이 돈을 만드는 세상에서 빈자의 투자는 더욱 어렵다. 더 많이 리서치를 해야 하고, 더 위험부담을 줄여야 하고, 특히 일상생활에서 갑작스런 목돈이 들어갈 내우외환도 없어야 한다. 이 때문에 ‘욕심 부리지 말고 조금만 먹으라’는 평범한 말이 일반인들에게는 투자의 법칙이 될 수밖에 없다. 한 증권 브로커는 실패하지 않는 투자의 법칙으로 장기투자를 권유했다. 그의 말인즉, “일반 투자자가 우량주를 샀을 경우에는 결국 매입시점의 가격까지 떨어진 주가가 올라올 때 팔면 결코 손해는 안 보는 만큼 인내하고 주식을 가지고 있으라”는 것이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주가지만 기다림의 미학에 한 번쯤 귀담아 볼 만하지 않을까.
이석호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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