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던 18대 총선이 끝났다. 공천심사를 통해 ‘혹시나’ 뭔가 새로운 풍토가 조성되는 가 했던 기대는 ‘역시나’로 끝나고 어제까지 한솥밥 먹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얼굴 붉히며 싸우는 코미디가 또다시 반복되었다.
이번 총선에서 코미디 중의 코미디는 ‘친박연대’. 정당이라고 할수도 없고 아니라고 할수도 없는 이상한 그룹이 정당번호 6번을 달고 선거에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마음에 안 들면 “당 하나 만들면 되지” 식 정치 풍토 덕분에 한국에서는 자고새면 생겨나는 것이 정당이다.
시끌시끌 말 많고 탈 많다 싶으면 다음 순간 ‘헤쳐 모여’하며 뚝딱 당 하나가 생겨나곤 한다. 특히 이번 선거는 역대 총선 중 가장 많은 정당이 후보를 낸 선거로 기록된다. 기호 1번 통합민주당, 2번 한나라당을 빼면 모두가 군소 정당. 군소 정당의 축제라고 부를 만한 선거였다.
이들 작은 정당 중 우선 꼽히는 정당은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민주 노동당, 진보신당, 창조 한국당. 수는 적지만 지명도 높은 기성 정치인들이 끼어 있어 정당으로서의 인지도는 꽤 있다.
그런데 이들 정당 외에 일반 유권자들은 이름도 모르고 지나갈 군소정당들이 이번 선거에 대거 참여했다. 국민실향안보당, 기독사랑실천당, 문화예술당, 시민당, 신미래당, 직능소상공인연합, 평화통일가정당, 한국사회당 등. 이들 모두를 합치면 총 17개 정당이 이번 선거에 후보를 냈다.
이렇게 이름도 없고 얼마나 갈지도 모를 정당들이 생겨나는 배경은 “정치인들 믿어 봤자 되는 일 없더라. 우리가 직접 나서야겠다”는 멘탈리티. 비슷한 계층이나 분야의 유권자들의 보편적 불만을 자극함으로써 지지를 얻고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겠다는 심산이 깔려있다.
예를 들면 국민실향안보당. 군 출신과 실향민들이 모여 안보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한반도에서 안보가 살아야 경제가 산다는 주장이다. 대북관계에서 극보수의 입장이다.
직능소상공인연합도 “우리의 권익은 우리가 지키겠다”며 나선 정당. 제과협회, 공중위생단체 협회, 인터넷PC문화협회, 공인중개사협회 등 소상공인과 전문직 종사자, 자영업자들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정당이다. “국회의원은 변호사나 교수만 하나? 우리도 해보자”는 정서가 깔려있다.
군소정당 중 이번에 가장 주목을 끈 정당은 통일교 배경의 평화통일가정당. 전국 245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를 등록한 데다 중앙당 차원의 신문 광고들을 내보내 당 인지도를 높였다. 정당명에서 알 수 있듯 이 당이 내세우는 것은 가정의 행복. “가정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는 주장이다.
소위 ‘통일교 정당’이 나서자 “이단을 막아야 한다”며 적극 발벗고 나선 것이 기독교사랑실천당. 한국을 기독교 정신의 국가로 만들겠다는 것이 공약의 골자이다. 그런데 당대표인 전광훈 목사의 좌충우돌 식 막말이 문제가 돼 일반 유권자들은 물론 일부 기독교 단체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들 군소 정당 대부분은 선거 즈음해 만들어졌다가 선거 끝나면 없어지는 것이 보통. 그래서 ‘100일 정당’ 혹은 ‘종이 정당’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너도 나도 말 많은 선거철에 말을 보태고 싶어 태어났다가 선거 끝나면서 사라지는 하루살이 같은 정당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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