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주는 가라, 우린 운동한다” 불경기.음주운전 단속강화
뉴욕·뉴저지 한인사회의 회식문화가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술과 노래가 주를 이루던 회식 자리에서 벗어나 차를 마시거나 식사 후 간단한 운동을 즐기는 등 술을 대체하는 다른 놀이거리(?)로 관심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바람은 이미 지독한 불경기 속에 맞이했던 지난 해 연말모임부터 집중적인 음주운전 단속까지 겹치면서 한인사회 곳곳에서 서서히 감지돼 왔다.
직장생활 8년 만에 이달 초 과장에 승진한 강혜진(뉴저지 팰팍 거주)씨도 최근 부원들과 색다른 첫 회식모임을 하며 회식문화의 개혁을 선언했다.
평소 같았으면 폭탄주를 겸한 푸짐한 고기반찬의 저녁식사를 시작으로, 시끌벅적 노래방에, 해장술까지 보통 3~4차는 기본이었을 회식이었지만 대신 부담 없는 저녁식사 후 부원들과 볼링장을 찾은 것.
여자 상사를 모시게 되니 회식에서 술이 사라졌다며 내심 투덜대던 남자 부하직원들도 이내 볼링을 치면서 동료들과 두터운 팀웍도 쌓고 서로 한결 가까워진 느낌에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술 마시고 회식한 다음 날 늘 부담스럽던 출근길이 볼링장 회식 후에는 오히려 발걸음이 가벼워졌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강씨는 다음 번 회식은 주말을 이용, 단체 등산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평소 술이 약해 술자리가 늘 부담스러웠던 또 다른 직장인 김찬민(퀸즈 베이사이드 거주)도 최근 달라진 회사의 회식문화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케이스. 술을 잘 하지 못하는 후배들이 늘어나던 시기를 적절히 이용, 어쩌다 갖는 회식 대신 사무실에서 티타임을 자주 이용하는 방식으로 바꾼 것. 딱딱하기만 하던 오전 전략회의도, 다음 날을 위한 오후 보충 회의의 지루함도 차를 마시면서 대화를 나누는 티타임 회의로 바꾼 뒤부터는 새록새록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톡톡 튀어나오고 있다고.
이런 가운데 한국에서는 25일 ‘강제로 한 러브샷은 유죄’라는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 여전히 술이 주를 이루는 미주 한인사회의 회식 모임에 또 한 번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대방의 의사나 성별, 상대방과의 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회식자리 때마다 동료나 상사와 억지 러브샷을 강요받았던 직원의 입장에서는 남녀의 성별을 떠나 환영할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있었던 회사 회식에서 평소 껄끄럽게 지내던 남자 동료사원과 화해하는 의미로 러브샷을 하라는 주위의 강요에 떠밀렸던 회사원 이세정(퀸즈 리틀넥 거주)씨. 이씨는 “러브샷을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상체의 일부가 밀착될 수밖에 없다. 말로는 화해의 의미라지만 당시 주위에서는 야한 농담까지 곁들이며 서로를 묘한 남녀관계로 연결 지으려는 의도가 짙어 상당히 불쾌했다”며 비록 한국에서 나온 판결이긴 하지만 미주 한인들도 이를 깊이 새겨 회식문화 개선에 함께 노력하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쳤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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