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말세라고들 하지만 이건 정말 너무 심한 것 같다.
아름다운 젊은 여성의 몸을 접시 삼아 그 위에 초밥을 얹어놓고 하나씩 먹는 일본의 음식문화 ‘나체초밥’(Naked Sushi)이 미국에까지 상륙했다는 것이다. 한국의 한 케이블 채널은 한 연예인이 이 초밥을 실제 시식한 장면을 방송, 전파를 타기 전부터 여성단체 및 방송 심의단체로부터 비난을 받으며 논란을 일으켰다. 여성단체인 한국여성의전화연합은 성명서를 내고 “여성을 사물로 취급하고 도구로 만드는 ‘상품화’의 전형이며 여성을 ‘사물’이자 도구로 전락시켰다고 항의했다.
건강한 미녀의 몸 위에 요리를 놓고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속설로부터 유래된 이 엽기적인 음식문화는 여성인 기자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젊고 아름다운 처녀를 산 제물로 바쳤던 원시시대 종교 의식을 떠올리게 하는 이 반인륜적·전근대적인 음식문화는 일본에서 비롯됐다.
일본에서는 여성의 나체를 식탁으로 삼아 술과 식사를 하는 관행이 수십 년부터 일종의 고급스러운 접대 관행이었다고 알려졌다. 지금이야 음식을 먹을 때 반드시 젓가락을 이용해야 하며 또한 여성의 몸에 손을 댈 수 없는 등 모델(?)을 보호하기 위한 제약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음식을 하나씩 집어 먹어 가면 베일이 벗겨지듯 점점 드러나는 여성의 몸이 산해진미와 함께 기가 막힌 ‘눈요기’가 되어주는 것은 남성우월주의가 팽배했던 일본사회 분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따지고 보면 성과 관련해서는 참으로 기발할 정도로 엽기적인 전통을 가진 국가가 바로 일본이다. 일제시대 위안부 사건에서만 봐도 알 수 있듯 일본은 여성의 성을 남성의 욕구와 목표달성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 바 있다.
문제는 미국에서 이 같은 엽기 음식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애틀의 B나이트클럽은 ‘나체 초밥’행사를 공개적으로 열면서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도 남녀 누드모델 위에 음식을 서브하는 T레스토랑이 이번 달 초 오픈했다. 물론 여기는 젊은 여성뿐만 아닌 젊은 남성도 ‘인간 접시’가 됐다는 점, 성의 상품화라기보다는 ‘행위예술’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 등 차이는 있다. 그러나 사람을 사물로 취급하고 유희의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렵다.
음식을 먹는 것은 소중하고 경건한 행위다. 궁중요리전문가 한복선씨는 “상차림에는 차린 이의 예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소박하게 담긴 밥과 국 한 접시, 김치 한 점이라도 정성을 다해 차리고, 상을 맞이할 때는 이에 감사하며 겸허한 마음으로 음식을 대하게 되는 것이 우리네 식문화가 아닌가. 수퍼모델이 아닌 수퍼모델 할아버지가 울고 갈만큼 아름다운 몸이 누워 있는 상차림이 감히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우리네 식문화인 것이다. 혹시라도 돈에 눈이 먼 일부 상업적인 사람들이 한인 타운에서 암암리에 나체 초밥을 선보이게 될까봐 걱정이라면 너무 성급한 걸까. 백의민족답게 아름답고 정갈한 상차림과 식문화를 지켜 나가는 한인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홍지은 특집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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