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무엇인지 요즘 들어 다시 생각해 본다. 많이들 하는 얘기처럼 권력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인 욕심에 불과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 사회에서 구성원 간의 평화로운 존속과 번영을 위한, 리더십을 가진 자의 이타적 희생에 해당하는지 정치의 진정한 면모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아진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 인기 있는 한국의 사극 드라마 속 정치다툼에서 부터 미국과 한국에 부는 선거 바람, 그리고 한인 사회의 한인회장 선거까지 매일 선거 관련 뉴스를 보게 되니 자연스럽게 정치에 대한 생각이 많아질 밖에 없다. 평소 텔레비전을 통해 접하게 되는 정치의 모습은 미국이든 한국이든 국회의원들의 설전과 몸싸움, 또한 선거유세 현장에서 쉰 목소리로 부르짖는 공약들, 그리고 상대방을 비난해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고자 하는 네거티브 전략이 대부분이기에 때문에 아무래도 전자의 정의가 더 깊이 와 닿는다.
국가의 수반을 선택하는 대통령 선거와 함께, 입법부를 이루는 국회의 구성원인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행위가 정치의 외형을 이루게 된다. 정치를 사회학적인 면이 아닌 헌법상 의미에서 본다면 국가를 운영하는 기반이 되는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행위가 되기에 다른 어떠한 국가 기능보다도 가장 중요시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온 국민이 지켜야 할 법안을 만드는 사람들이 사욕을 드러내고 이를 가장 엄중히 준수해야 할 사람들이 면책특권을 무기 삼아 시정잡배들의 행동을 일삼으니 도대체 신뢰를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는 것이다.
선거철이 되면 이러한 현실을 바꾸고자 많은 정치 신인들이 등장한다. 높은 이상을 가지고 지역 사회와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자 마음먹은 이들이 많겠지만, 일단 정치판에 끼게 되면 그러한 이상을 지키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정치가 국가와 같은 큰 개념에 해당되는 것만은 아니다. 개인의 직장 생활에서도, 또 가족 간에도 정치는 개입된다. 분명하고 올바른 가치관으로 리더십을 발휘하고 동시에 따뜻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좋은 정치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제2의 삶을 살고 있다. 한국의 헌법과 국가기관이 아닌 미국의 헌법과 정부에, 혹은 두 곳 모두에 우리의 생활을 위임한 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인 힘이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경제적으로 더 나은 삶을 찾고자, 더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 큰 물로 나온 우리들은 좋든 싫든 정치에 반드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전에 워싱턴 주 상원의 신호범 의원이 하신 “미국의 우리 청년들이 정계에 좀 더 많이 진출하기를 희망하신다”는 말씀이 기억난다. 실질적으로도 우리가 아무리 경제력이 있다 하더라도 정치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토대가 취약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정치 진출은 보다 높은 이상을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가치관의 중요한 잣대 역할을 한다.
이민 1세대와 1.5세대들은 어느 정도 경제적인 성공을 일구어 내었고 많은 2세들이 이러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주류 사회에서 인정받는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다. 다음 단계는 정치이다. 지역의 교육구 의원에서부터 시의원, 시장, 주의원이 되는 한인들이 많아지고 있다.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도 한인 커뮤니티의 구성원이라는 지위가 미국 시민으로서의 지위보다 더 편한게 느껴지고 있는 듯 하다. 한인회장 자리만을 두고 매 선거철마다 미국 대선보다 더 큰 홍역을 치르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그 만큼 한인회의 지위가 중요하다는 요인도 있겠지만 그 열정을 미국의 수많은 선출직에 도전하는 일에도 나누었으면 한다. 그 결실은 우리 젊은 청년들의 몫이 아닐까 싶다.
김유정
법무법인 ‘비전’ LA지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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