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중대한 대선을 앞두고 내전 위기에 있다.
얼마전까지도 미국의 진보세력은 드높은 기대로 흥분하고 있었다. 민주당 경선이 어떻게 돌아가든 미국 사상 최초로 여성, 또는 흑인이 주요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역사적인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치적 형세도 민주당에 유리한 듯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는 바닥권을 헤매고 있고 유권자들은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 선거가 열리는 곳마다 기록적인 투표율이 따랐고 선거자금도 버락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이 거둔 것이 존 매케인보다 7.5배로 더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민주당이 과연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 회의가 일고 있다. 한 후보가 라이벌보다 공화당 후보가 더 자격이 있다고 하지 않나, 원로 지도자가 인종차별주의자에 비교되지 않나. 과거 1968년과 1972년 전당대회에서 벌어졌던 자멸의 전철을 다시 밟는 모습이다. 진보세력 블로거들을 들으면 갑자기 민주당원들이 백인우월주의자가 아니면 남성우월주의자가 된 모양이다.
사실 인간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인종차별과 성차별이 진보세력에도 존재한다는 것은 단연한 현실이다. 클린턴 진영이 후보 지명을 따기 위해 오바마의 인종을 이슈로 떠올린 것도 사실이고 여권운동가들이 클린턴을 겨냥한 공격에서 성차별을 느끼는 것도 허깨비를 보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민주당 경선에서 성차별과 인종차별이 이슈가 된 이유는 더 간단하다. 만일 오바마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민주당원들은 첫 여성 대통령 후보라는 역사적인 사건에 감격해 마지않았을 것이고 힐러리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진보세력은 역시 오바마 뒤에 단결했을 것이다.
정치라는 것이 매사와 마찬가지로 전혀 예상치 못한데서 이슈가 일어나는 법으로 두 역사적 사건이 충돌하면서 본의 아니게 방향이 빗나가고 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오는 11월 대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 공화당이 지난 28년 중 20년간 여당으로 집권하면서 진보주의는 그동안 수세에 몰렸었다. 연방 법원에 보수주의가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데다 차기 대통령은 존 폴 스티븐스(88), 루스 긴즈버그(75)와 스티븐 브라이어(70) 등 진보성향의 연방대법관 4명 중 3명을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이 승리한다면 연방대법원은 앞으로 수십년동안 보수주의 세력아래 있게 되는 셈이다.
진보주의자들이 인종차별과 성차별과 같은 감정적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스스로 감정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과 소수계 중 누가 더 피해자인지 경쟁하는 피해의식에서 한발짝 물러서 예비선거에서 가장 많은 대의원을 득표한 후보아래 단결해야 한다.
한국에서 김영삼과 김대중이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통일민주당을 분열하고 민주화 운동이 좌절됐던 것과 같은 그런 과오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진보세력도 아직 준비되지 않았는데 과연 미국이 첫 여성 대통령 또는 흑인 대통령을 맞이할 준비가 됐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정아/국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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