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엔 유난히 많은 부부세미나가 곳곳에서 열렸다. 상담전문가 교육프로그램과 자녀교육세미나까지 합하면 2월 한 달간 한인타운에서 펼쳐진 가족 관련 세미나는 10여개가 넘는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한인타운 어디선가 ‘건강한 가정만들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 3년새 한인들의 가정문제가 강력사건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한인들의 ‘건강한 가정, 행복한 부부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2월의 끝자락에서 어김없이 강력사건이 또 발생했다. 30대 한인 남편이 부부싸움 끝에 아내를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다.
지난 1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주류사회에서 부부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열번의 데이트’ 강사들이 직접 한인타운에서 강의를 한다하여 취재 전부터 은근히 기대를 했다. 그러나 세미나 당일 로렌하이츠에서 한인 남편이 자신의 딸과 아내에게 총격을 가한 뒤 목숨을 끊는 사건이 일어났다. 세미나 장소로 향하던 운전대를 돌려야 했다. 뒤늦게 세미나 장소에 도착해보니 100여명이 넘는 한인들이 열심히 강의 내용을 받아 적고 있었다.
이 날 취재한 두 곳 모두 중심엔 가정이 있었다. 한 쪽은 가정의 위기를 견디다 못해 방아쇠를 당겼고, 다른 이들은 자신들에게 찾아온 가정의 위기를 극복하거나 이를 예방하고자 ‘결혼과 부부’에 대해 지식을 쌓아가고 있었다. 같은 문제를 놓고 각각의 선택이 어떠한 결말을 맺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가정의 위기를 현명한 선택으로 지혜롭게 극복한 몇몇 ‘아저씨들’을 만났다. 별거 중이던 40대 한인 남편은 전쟁 같은 아내와의 싸움에 ‘공정한 심판’을 원했다. 전화부를 뒤적여 상담소에 전화했다. 오랜만에 마음을 열었고 위로를 받았다. 아내를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아내도 달라졌다. 2년이 지난 지금 이들은 알콩달콩 행복한 부부가 됐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한인도 한인가정상담소에서 만났다. 상담소가 마련한 한인가정 위기극복 세미나에 참석한 그는 ‘울고 싶어 왔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아내의 불륜현장을 목격했다는 것이었다. 과거 상담소에서 받은 가정폭력교육 덕분에 그 상황에서 폭력은 행사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기자의 입에서도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그를 만난 곳이 사건현장이 아닌 가족세미나 장소라는 사실에 누구라도 붙잡고 감사의 인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옛 말처럼 계속되는 부부교육, 가정세미나, 자녀교육 강의로 우리 한인들의 가정이 위기를 극복해 내는 힘을 기르기 바란다. 그래서 선택의 순간에 방아쇠가 아닌 세미나를,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는 현명한 한인 ‘아저씨’들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김동희/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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