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자 미국 주요 신문들에 한국과 관련한 장문의 기사가 두개 실렸다. 하나는 LA타임스의 한국 장관 내정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관한 기사이고 다른 하나는 전국지 USA 투데이 실린 한국 내 국제결혼 실태에 관한 보도이다. 한인들로서는 별로 새삼스러울 것 없지만 미국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흥미를 안겨줄 만한 내용들이다. 문제는 두 기사의 논조가 긍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LA타임스는 장관 내정자들이 부동산 투기 등 각종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미 3명이 사퇴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부동산을 통한 부의 축적이 국민들에게 얼마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고위 관료들의 부동산을 통한 재산 형성은 자신들의 직위를 이용한 ‘부정부패’의 산물이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다고 보도했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초기부터 삐걱거리는 것은 이런 의혹을 받는 인물들을 장관에 내정한데 기인한다는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LA타임스 기사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단어는 신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수차례 강조한 ‘글로벌 코리아’이다. 생각과 사고의 세계화를 강조하는 대통령이 정작 장관 임명에서는 주위를 좀 더 넓게 살피는 안목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 때문이다. 특히 신임 대통령이 취임 전 글로벌 시대에 맞게 필요하다면 외국인까지 적극 등용해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해 온 사실에 비춰볼 때 더욱 그렇다. ‘글로벌 코리아’는 폭넓게 인재를 찾고 주변에 대한 시선을 넓히는 일부터 시작돼야 하는 것이 아닐까.
LA타임스 기사가 한국 지도층에 대한 것이라면 USA 투데이 보도는 일부 한국민들의 일그러진 행태를 꼬집고 있다. 특히 베트남 신부를 구하는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베트남 미녀: 100% 처녀, 건강보증서 구비’라는 내용의 광고가 실린다는 기사 내용에는 읽는 사람의 얼굴이 화끈 거린다. 한국 남성들의 순결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가난한 국가 신부들과의 결혼을 인신매매처럼 여기는 비뚤어진 의식이 광고 문구에 집약돼 나타나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국경을 넘어선 국제결혼이야말로 글로벌화의 한 상징일 터. 그런데도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 외국 언론들의 한국에 관한 보도들도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외국 언론들의 부정적 보도는 어렵게 쌓아 올린 긍정적 이미지를 순식간에 허물어뜨릴 수 있다. 낯 뜨거운 ‘글로벌 코리아’가 아닐 수 없다.
진정한 ‘글로벌 코리아’를 이룩하려면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제사회에 부정적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잘못된 의식과 관행을 바로 잡는 일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들뿐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의식 수준도 따라 높아져야 한다.
국가 이미지 제고는 지도자와 국민들이 함께 해 나가는 ‘쌍끌이 작업’임을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계기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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