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몇주 후면 딸이 태어난 지 벌써 1년이 된다. 돌잔치를 준비하면서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믿을 수 없는 한 해였다. 분만실에서 아내를 붙잡고 격려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우리 아기는 종알거리며 집안을 비틀비틀 걸어 다니고, 신나는 모차르트의 곡이나 팝송이 들리면 엉덩이를 삐쭉 거리며 춤을 춘다. 그러다 제 마음에 드는 일이 생기면 박수를 치고, 잇몸을 뚫고 나온 지 얼마 안 된 여섯 개 이빨을 환히 드러내며 웃는다.
예쁘게 자라는 아기를 보면서 나는 아빠가 되기 전에 느낄 수 없던 큰 행복을 느낀다. 아기가 생기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완벽한 변화가 올지는 상상도 할수 없었다.
변화는 학교생활에서도 나타난다. 학생들을 대하는 내 태도가 많이 변한 것 같다. 학생들이 아무리 게으르고 나를 화나게 해도 이들도 누군가의 귀한 자녀라고 생각하면 친절해지고, 더 큰 인내심을 가지고 가르치게 된다. 예전에는 말썽 부리는 학생들을 곧바로 교장실로 보내곤 했는데 이젠 될 수 있는 한 조용히 타이르며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게 된다.
그런데 가끔 “우리 아기가 커서 이렇게 말썽부리는 학생이 된다면 어떻게 할까” 하고 걱정도 해 본다. 공부를 안해서 ‘F’ 학점을 받아 온다던가, 선생님 말을 듣지 않아 정학을 받으면 어떻게 할까? 혹은 나쁜 친구들을 사귀어 미성년자로 술과 담배를 하거나, 또는 마약 중독자가 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도 해본다.
걱정을 하다보면 끝이 없다. TV나 라디오 뉴스를 들어 보면 나쁜 소식이 끝이 없이 우리를 고민하게 만든다. 지구 온난화 현상 때문에 날씨가 이상해지고, 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지진과 산불 같은 자연 재해들이 우리를 협박하고 있다. 만약 기름 값이 계속 비싸지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도 과거의 일이 되지 않을까? 만약 테러와의 전쟁이 지금보다 악화되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로운 삶도 끝이 올거라는 극단적인 생각도 해 본다.
근래에 자주 일어나는 학교 교정이나 백화점에서의 무차별난사 사건들을 보면 누구든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무력감에 빠지면서 부모로서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제한되어 있다는 사실을 절감한다.
그래서 아빠가 된 후 기도를 더 많이 하게 된것 같다. 매일 밤 애기를 재우면서 내가 더 지혜로운 아빠가 될수 있도록 해달라고, 우리의 딸이 커서 어두움이 가득 찬 미래를 밝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달라고 기도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 배우는 것을 즐거워하는 아이를 보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다. 우리 아기의 새로운 단어 한마디, 새로운 한걸음은 내가 아빠로서 최선을 다해 일하며 가족에게 편안한 삶을 제공할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게 만드는 촉진제이다.
하루가 다르게 크는 내 딸이 몇개 안 되는 이빨을 보이며 환히 웃는 모습을 보면 깨달음이 생긴다. 앞으로 있을 일들을 걱정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오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고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기가 나를 일깨워 준다.
서재필 벨플라워 중학교 합창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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