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 연구소를 가다- 1.USC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해외 한국학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이중 미국은 해외 한국학 연구의 중심지로 현재 미 전역에서 10개가 넘는 대학들이 한국학 연구소를 설립하고 한국에 대한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학 연구소를 운영중이거나 한국학 관련 학과를 개설한 대학은 동부의 하버드대, 컬럼비아대를 시작으로 서부의 UC버클리, 스탠포드대, 하와이대 등으로 미 전역에 걸쳐 있다. 가장 최근에는 한인 독지가가 기부한 230만달러를 종자돈으로 미시간 대학이 한국학 연구소를 개설했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남가주에는 USC, UCLA, UC샌디에고 등이 한국학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USC 한국학 연구소를 시작으로 미국 내 주요 한국학 연구소를 시리즈로 소개한다.
<정대용 기자>
타인종 학생들 “코리아 원더풀” 연발
1995년 설립, 2006년 도산생가 이전
‘연구와 교육’ 중점·다양한 강연도
지난 14일 오후 12시30분께 USC 테이퍼 홀 3층의 한 대형 강의실.
200명 가량 수용하는 이 강의실이 절반가량 찼다. 이 대학 한국학 연구소(Korean Studies Institute) 황경문 소장이 맡고 있는 강의의 주제는 조선 후기사. 드라마 ‘이산’과 ‘대왕의 길’ 등이 영상 자료로 이용되고 있었다.
수강생의 상당수가 백인 등 타인종 학생들인 점이 눈에 띄었다.
황 교수는 “한국통사 수업은 교양이기 때문에 시간만 맞으면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한인 1.5세, 2세 뿐만 아니라 한국에 관심 있는 백인이나 다른 아시아계 학생들이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USC가 해외 한국학 연구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USC 하면 한국학과 관련, ‘자료가 풍부하다’는 것이 이전까지의 인상이었지만 한국학 연구소는 지난 2~3년 동안 장소를 이전하고 각종 학술 강연회를 통해 한국학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USC 한국학 연구소는 지난 1995년 설립됐다. 햇수로는 13년째로 짧은 편이지만 해외 한국학 연구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짧은 역사가 아니다.
USC는 당시 동아시아학 가운데 효율성과 비교우위를 고려해 한국학을 집중 육성하기로 결정했다. 한국학은 같은 동아시아 학 가운데서도 중국학이나 일본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해 덜 투자해도 효과가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USC가 지리적으로 LA 한인 커뮤니티와 가깝다는 점도 USC가 한국학 연구에 중점을 둔 이유다. 실제로 USC는 한인사회와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학교로 유명하다.
한인 커뮤니티가 도약 단계에 있고 여기에 필요한 지적 중심지 역할을 USC가 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USC ‘동 아시아 언어문화학과’(East Asian Languages and Cultures)의 김남길 교수를 초대 소장으로 임명해 10년 가까이 연구소의 초석을 다졌고 2005년부터 2대 함재봉 소장이 연구소 발전의 기틀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지난해 7월1일자로 부임한 3대 황경문 소장이 한인 커뮤니티로 뻗어나가는 한국학 연구소로의 도약을 도모하고 있다. 황 소장 부임 직후 일레인 김씨가 부소장으로 부임해 행정 및 홍보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KSI는 연구소 설립 열 번째 학기인 2005~06년도에 비약적인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2006년 초 연구소 위치를 현재의 ‘도산 안창호 생가’(Dosan Ahn Chang Ho Memorial House)로 옮기면서 대 내외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층 건물의 안창호 생가 1층은 도산의 사진들과 흥사단 등 관련단체 사진들을 전시해 강연회나 리셉션 장소로 활용하고 2층은 5개의 사무실로 꾸며 황 소장과 객원 연구원들의 연구실로 사용되고 있다.
3대 황 소장 부임 이후 KSI는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전까지 외부활동이 비교적 적었다면 황 소장 부임 이후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강연 시리즈가 정례화되고 있다. 황 소장이 가장 중점을 두는 분야도 바로 ‘연구 및 교육’(Research & Education)이다.
한국학 전문가를 초청해 발표 기회를 주면 학자들은 자연스럽게 연구하게 되고 연구 성과는 일반과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각 분야의 한국학 연구 최고 권위자들을 초청하는 학술발표만 이번 학기에 무려 10개 가까이 된다. 학술 발표를 위해 발표자들은 새로운 사실을 자연스럽게 연구하고 조사하게 된다고 황 소장은 설명한다.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도 함께 할 수 있는 이벤트도 부쩍 늘었다. 지난 1월에는 ‘시네마 텍’ 영화예술대학과 공동으로 ‘강제규 감독 영화제’가 열렸고 설이나 추석 등 한국 전통 명절 때 한국 음식을 준비하고 학생들에게 연구소를 개방하는 오픈하우스 행사를 통해 한국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USC 한국학 연구소를 이야기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USC ‘한국 유산 도서관’(Korean Heritage Library)이다. 최근 캠퍼스 내 도헤니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한국 유산 도서관은 6만권이 넘는 소장도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정기 간행물은 약 1만7,500점에 달한다. 시청각 자료도 2,600점에 달하고 마이크로 필름은 약 2,800개이다. 전국적으로도 하버드대, UC버클리 다음으로 손꼽히는 한국학 도서관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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