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선거에서 미국의 상징 보스턴에서 최초의 아시안 시의원에 오른 샘 윤씨가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떠오르는 1.5-2세 정치인
1992년 4.29폭동이 이민 1세들에게 정치력의 소중함을 절감하게 만든 계기였다면, 2000년대는 이를 보고 성장한 1.5-2세들이 부모들이 다져놓은 경제적 기반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과 시각을 갖고 정치권 진입을 시도하는 변화의 시기로 볼 수 있다. 이들은 유창한 영어와 미국적인 사고방식으로 정치입문을 시도하고 있고, 실제로 곳곳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얻어내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1세들은 이들의 활약에 기쁨을 느끼면서도, 점차 미국화 되어 가는 이들의 정치력을 어떻게 한인사회 발전에 연계시킬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를 맞고 있다.
보스턴 샘 윤·뉴저지 준 최 시장 두각
백인 유권자들 지지 받아 당선
미국화 된 신예들 한인사회 연계 숙제로
2005년 11월 미국의 시작이자 자존심인 매서추세츠주 보스턴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보스턴 광역시 시의원 선거에서 앳돼 보이는 샘 윤(38) 후보가 시의원에 당선된 것이다. 그의 당선은 주류사회에도 충격이자, 얘깃거리였다. 200년을 넘는 시 역사상 첫 아시안 시의원 탄생이란 기록이자 시대의 변화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보스턴은 미국을 대표하는 교육도시이자, 가장 오래된 도시로 윤씨의 당선이 갖는 상징성은 어느 선거에 못지 않을 정도로 귀중하고 커다란 것이었다. 백인 중심의 사회였던 보스턴 시민들은 점차 노후화되는 시를 바라보면서 새로운 젊은 피 수혈을 염원하고 있었던 것도 그의 당선에 큰 힘이 됐다.
어릴 때 이민 와 그곳에서 성장하고, 한때 교사로도 활약했던 그는 소수계를 위한 권익운동에 참여하면서 정치에 눈을 돌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과감히 시의원 도전해 승리를 따냈다. 그의 활발한 시정활동은 유권자들에게 신뢰를 부여했고, 이를 바탕으로 윤씨는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그에 버금가는 승리를 또하나 꼽자면 같은 해 준 최(한국명 최준희·37)씨가 뉴저지주 에디슨 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그는 백인 다수지역으로 뉴저지주 5대 도시인 에디슨 시장선거에서 승리하며, 한인사회 사상 첫 직선 시장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윤 시의원과 함께 동부지역에서 가장 장래가 촉망되는 한인 정치인으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또 네바다주 4지구 주하원의원 2선인 프랜시스 오 앨런 역시 ‘미래의 지도자’ 감으로 손꼽히며 향후 주 상원의원 후보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정치인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으며, 하와이주 5선 하원의원인 실비아 장 룩 의원도 앞으로 하와이 정치권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텍사스주의 주도인 오스틴 시의원으로 활약중인 제니퍼 김씨와 샌프란시스코 교육위원인 제인 김씨, 필라델피아 해리스버그 시의원인 패티 김씨 등도 주목받는 한인 정치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특히 제니퍼 김씨와 제인 김씨는 ‘제2의 마사 최’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을 정도로 개인의 능력과 정치력에서 인정을 받고 있다. 또 입양인 출신으로 미시간주 22지구 주하원의원인 훈영 합굿씨도 3선 의원으로 지역 정치권에서 나름대로 발판을 다지고 있다.
물론 이들 외에도 2000년대 들어 각종 선거에서 승리한 1.5-2세들이 여러명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01년 아트 윤씨가 LA 인근 허모사비치 시의원에 당선됐고, 오리건주에서는 2006년 혼혈인 제이슨 헤일씨가 마드라스 시장에 당선됐다. 또 2006년 크리스티 허씨가 뉴저지 리틀플스 시의원에 올랐다.
비록 선출직은 아니지만 단 유가 제임스 한 시장 시절 LA부시장에 올랐었고, 모리스 서씨는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시장에 의해 안보담당 부시장으로 활동했다.
워싱턴을 중심으로 기업 등을 대표해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한인들도 적지 않다.
통신회사 버라이즌 로비스트로 마크 김씨가 활동중인 것을 비롯해 저스틴 홍, 톰 김, 제니퍼 안, 데이빗·더글러스 김 형제 등도 이 분야에서 잘 알려진 인물들이다.
한인들은 앞으로 더욱 많은 1.5-2세들의 도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더 많은 한인 정치인들이 탄생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을 적절히 지원할 수 있는 정형화된 지원체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창준씨는 “한인 후보는 물론 한인사회 권익과 관련된 정치인을 위한 펀드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 정치는 곧 돈이나 다름없는 만큼 소수계 중 제법 큰 경제규모를 갖춘 한인사회가 그에 걸맞는 정치자금을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찰스 김 전 KAC 사무국장은 “점차 미국화 돼 가는 차세대 지도자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한인사회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유대관계를 더욱 조직적으로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첫 한인 LA시의원은 언제쯤?
■남가주 실태
한인인구 증가에 따라 이젠 미국 어느 곳을 가도 한인을 만나는 것이 새로운 일이 아니다. 또 그에 맞춰 한인들은 곳곳에서 경제력과 정치력을 키우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미주 최대 한인 밀집지역인 LA에서는 여전히 단 한명의 시의원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인사들은 LA시의 인종분포와 한인들의 낮은 투표율, 그리고 주거가 아닌 비즈니스 중심의 한인사회 구조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때문에 도전 가능한 지역구로는 백인이 많은 탐 라본지 시의원 지역구가 그중 확률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LA인접 지역에서는 한인들의 정계진출이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제2의 코리아타운’ 가든그로브에서는 1992년 정호영씨가 첫 한인 시의원 기록을 세우며 부시장까지 역임했다.
또 ‘제2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며 뛰어난 거주 및 교육환경으로 한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어바인 시에서는 지난 2004년 최석호씨와 강석희씨가 동반 당선되며 한 선거에서 두 명의 시의원이 탄생하는 진기록을 만들었다.
공화당인 최 시의원은 1998년 시 교육위원 당선을 시작으로 지역사회에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시의회 진출이란 꿈을 이뤘고, 올해는 71지구 주 하원의원 예비선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민주당원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강 시의원은 2004년 보궐선거에 이어 2006년 선거에서 승리하며 입지를 확실히 다졌고, 그 역시 어바인 시장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보다 높은 고지를 향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와 함께 역시 한인 밀집지역인 세리토스에서는 지난해 조재길씨가 첫 한인 시의원으로 선출됐다. 세리토스는 1993년 하워드 권씨가 ABC통합교육구 교육위원으로 탄생한 이후 찰스 김 전 한미연합회 전국 사무국장을 비롯해 수많은 한인들이 교육위원과 시의원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 곳이어서 조씨의 승리는 그동안 가슴 속에 쌓였던 응어리를 한꺼번에 풀어주는 낭보였다.
황성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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