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아이비리그’ 출신들이 2007년 한국 대통령선거 정국을 쥐락펴락 흔들어대고 있다.
입학하지도 못한 예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며 정계의 실력자를 등에 업고 희대의 사기극을 펼친 가짜 아이비리그 출신 신정아씨가 올 여름 한국 사회를 뒤흔드는가 싶더니 이번엔 코넬대학를 졸업한 ‘진짜’ 아이비리그 출신 김경준씨 남매가 등장해 한국 대선정국을 폭풍전야로 몰아가고 있다.
코넬대학 선후배인 김경준, 에리카 김 두 남매의 손에 한국 대통령 당선자가 달라질 수 있을 정도이고 보면 그야말로 한국 사회가 가짜든 진짜든 아이비리그 출신들에게 꼼짝달싹 못한 채 숨통이 잡혀있는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대학을 졸업했는지도 확실치 않는 신씨가 승승장구, 한국 미술계의 최고 실력자로 급부상한데에는 바로 이 가짜 아이비리그 박사학위가 마법을 부렸고, 약관의 김경준씨가 하루아침에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요리하는 투자사 대표가 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코넬대학 졸업이라는 ‘아이비리그 요술방망이’의 재주였다.
이 ‘아이비리그 요술방망이’의 위력을 몸으로 체득한 한국 학부모들이 이제 자녀들을 아이비리그에 입학시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한다. 서울의 대부분 외국어고등학교에는 학부모들이 자비를 들여 아이비리그 유학반을 설치하고 자녀들을 오로지 SAT시험 준비에만 몰두하게 만든다고 한다. 여기에다 학교는 학교수업을 아예 전폐한 이들 아이비리그 준비생들을 위해 유학용 내신성적표를 따로 만들어주는 친절까지 베풀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아이비리그 입학이 어느 때부터 국위를 선양하는 일로 둔갑하면서 가짜 내신성적표를 만드는 교사나 학생, 학부모 모두 자신들을 나라를 위한 애국주의자로 여길 정도라고 하니 ‘아이비리그 애국주의’란 말이 생겨날듯 싶다. 이렇게 아이비리그에 입학한 한국의 이 ‘자랑스러운’ 학생들이 금의환향하는 날, 이들은 또 다른 변종 신정아나 김경준 남매가 되어 또 다시 한국 사회를 쥐고 흔들지 않을까.
자녀를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시킨 학부모들을 만나면 소위 말하는 ‘아우라’라는 것이 느껴진다는 착각이 든다. 이들이 가진 형용할 수 없는 자부심과 넘치는 자랑스러움으로 온몸에서 ‘경외스러운’ 후광을 본 듯한 착시현상이 일어날 정도다. 매년 250만명의 미 고등학교 졸업생 1%에도 못미치는 0.52%의 졸업생이 아이비리그에 입학할 정도면 그 자부심과 자랑스러움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자녀를 아이비리그에 보낸 부모나 아이비리그에 입학했거나 목표하고 있는 학생들 모두 아이비라는 요술방망이에만 혹해 있지 않은지 다시 한번 성찰해 볼 일이다. 수 백년 역사의 고풍스런 캠퍼스 건물을 휘감고 있는 넝쿨이 바로 ‘담쟁이’, 아이비는 담쟁이 넝쿨일 뿐이다.
김상목
특집 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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