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테러 같은 것”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연중행사” - 지난 주말부터 남가주에서 가장 큰 화제는 화재, 산불이다.
LA 카운티 북쪽에서부터 샌디에고까지 근 20군데에서 일어난 불길이 며칠 째 잡히지를 않고 있으니 모두가 불안한 심정이다. 대피령으로 집 떠나 있는 화재지역 주민들은 샌타애나 바람 불때마다 가슴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다른 주민들 역시 매캐한 연기 냄새 배인 뿌연 하늘을 바라보며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불씨가 언제 어디로 날아갈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남가주’ 하면 지진이 가장 큰 걱정거리 였는 데 언제부터인가 산불이 보다 현실적인 재해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지난 몇 해를 돌아보면 산불 없이 무사히 지나간 해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제는 ‘산불의 추억’ 없으면 남가주 주민이라고 할 수 없다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산불로 피해를 입었던 경험, 불이 길 건너까지 들이닥쳐 피난을 갔던 경험이 있거나 아니면 최소한 그런 경험을 한 친지 한둘을 알고 있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이다.
‘자나 깨나 불조심’과 아울러 ‘자나 깨나 산불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이 남가주의 삶이 되고 있다.
산불로 대피령이 내리면 당장 뭘 가지고 대피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불이라는 것이 그날 아침까지도 모르다가 갑자기 들이닥치기 때문이다. 근년 산불로 대피했던 K씨의 경험.
“직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친구가 전화를 했더군요. 산불이 우리 집 근처에서 난 것 같으니 확인해보라는 것이었어요. TV를 켜보니 시뻘건 불길이 넘실대는 곳이 바로 우리 동네였어요”
서둘러 귀가 했지만 이미 동네 어귀부터는 차량통행이 차단된 상태였다. 차를 세워두고 걸어서 집까지 가는데 일대는 ‘말 그대로 전쟁터’. 소방차 웽웽 거리는 소리, 소방 헬기의 굉음, 시뻘건 불길과 매운 연기 냄새를 뚫고 집안에 들어갔지만 마음만 급할 뿐 어디서부터 뭘 챙겨야 할지 알 수가 없더라고 했다.
산불 뿐 아니라 모든 비상사태에 대비해 중요한 서류나 귀중품들은 항상 한 가방에 챙길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는 것이 지혜이다. 집·자동차 관련서류, 여권, 영주권, 아이들 출생증명서, 각종 보험 관련 서류들은 같이 보관해두는 것이 기본.
다음 중요한 것은 한번 잃어버리면 절대로 다시 회복할 수 없는 물건들이다. 가족들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비디오 등이다. 그리고 나면 가족들이 며칠간 지낼 수 있도록 옷가지 등 기본 생활용품들을 챙기는 것이 순서이다.
비상시에는 가족 끼리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셀폰 덕분에 그 문제는 어려움이 없게 되었다. 산불들이 어서 잡혀서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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