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지역 주민들 표정
어바인 한인들 공포 속 뜬눈 지새
잿더미 강풍 속 허겁지겁 대피
“매직마운틴 지키자” 소방관 초비상
대부분 외출 자제… 비디오샵 북적
잿빛 하늘로 뒤덮인 남가주 곳곳은 전날보다 악화된 화염으로 주민들은 생계의 터전을 잃고 허겁지겁 대피에 나서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강력한 샌타애나 바람을 타고 범위를 넓혀가는 산불은 22일에도 수그러들기는커녕 소방관의 땀방울을 비웃듯 기세를 올렸다. 말리부와 샌디에고에서 거세던 불길은 이날 한인들이 다수 거주하는 어바인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타올라 한인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어바인시 241번 하이웨이 북쪽 방면의 도로를 따라 드리운 화마를 진화하기 위한 소방관의 사투가 이어지고 있다. 산불은 강풍을 타고 도로를 가로질러 고급 주택가로 번져 집들이 불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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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피해가 속출한 포톨라가 인근 노스우드 지역은 야간대피령이 내려졌던 전날에 이어 이날 오후까지 진입로가 전면 통제되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다.
소방관들은 오전 산불이 포톨라가 북쪽 농장까지 번진 261번과 포톨라 교차로에서 주택가 보호를 위한 마지노선을 편 채 도로변 잡목을 미리 태우는 등 사투를 펼쳤다.
일부 학교는 이날 긴급 휴교령을 내렸다. 터스틴과 어바인 북부 지역에 내려진 긴급 휴교령으로 학교도 텅텅 빈 채 학생들은 집에서 머물며 타들어오는 산불에 쌓여가는 걱정만을 토로해낼 뿐이었다. 어바인 밸리 칼리지에 재학하는 양승리(25)씨는 “오늘 오후 2시를 기해 산불로 인한 유독개스 경계령이 내려 모든 수업이 중지됐다”며 자욱한 연기를 손으로 휘저으며 말했다.
<샌디에고 카운티의 랜초버나도 도로에 늘어선 스쿨버스와 경찰차가 만약의 사태에 발생할 주민 긴급대피를 위해 출동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소거스 등 LA카운티 북부 지역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형산불로 폐쇄된 대형 테마팍인 매직마운틴을 지키기 위해 소방관들은 분주한 손놀림을 빠르게 놀렸다. 특히 산불이 매직마운틴 인근 주유소까지 번져 일순간 소방관들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하기도 했다.
산불의 위협에서 벗어난 발렌시아와 샌타클라리타 인근은 외출을 자제하는 시민들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비디오 체인점인 블록버스터에는 DVD와 비디오를 빌리려는 사람들이 북적여 눈길을 끌었다.
일부지역 전화 불통
친척들 안부 발동동
삶의 터전을 위협하는 산불에 한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뜬 눈으로 지난 밤을 지샌 후 22일에도 그칠 줄 모르는 산불 걱정에 여념이 없었다.
어바인 인근 노스우드와 사우스우드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들은 지난 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화재의 진화 추이를 지켜봤다. 노스우드 지역의 한 한인식당을 찾은 진 양(47)씨는 “언제든지 피난할 수 있도록 여권, 영주권을 비롯해 귀중품들을 꾸려둔 상태”라며 “우리 집에서 3블럭 이상 떨어진 북쪽 주택에는 강제 대피령이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놀드 슈워제네거 캘니포니아(왼쪽에서 두 번째) 주지사가 말리부에 설치된 소방본부센터를 방문해 화재 진화상황을 둘러보고 있다.>
일부 한인은 지난 밤 긴급히 인근 호텔로 대피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다. 21일 밤 가족과 인근 호텔로 피신했던 브라이언 김(42)씨는 “어제 퇴근 후 사태가 심각해지는 것 같아 대피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터스틴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89)씨는 “만약 나 혼자 집에 있을 때 그런 일이 닥치면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라면서 화마가 피해간 데 대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어바인과 터스틴 사이에 위치한 김씨의 집 건너편에 위치한 산은 21일 불길이 치솟아 언덕이 새까맣게 타버리는 등 위험의 목전까지 갔었기 때문이다.
화마의 중심에 포진한 서거스와 레익 애로헤드 등 지역의 한인들은 이날 집을 비운 채 황급히 대피, 집에는 안부를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의 전화벨 소리만 허공을 울려댔다. 일부 지역은 산불로 인해 전화선이 불통, 안부를 전하려는 사람들의 애간장마저 타들어가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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