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빠르다.
빛의 속도보다 빠른 생각의 속도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빌 게이츠 같은 천재들이 포진한 현대 테크놀로지의 세계는 젊은이들도 따라잡기 버거울 정도다.
그러나 현대 기술력이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변화한다고 해도 속도전으로만 따지자면 한인사회를 따라 올 자가 없다.
한인사회의 경제 성장은 요 10년 새 괄목상대라는 말을 붙이기가 민망할 만큼 눈부시다. 은행 수는 자고 나면 늘어 10여개를 훌쩍 넘은 지 오래고, 타운 곳곳 대형 마켓 수는 어떠며, 한인 소유 대형빌딩에 한국 기업들의 LA 진출은 또 어떤가.
이렇게 한인사회 규모(파이)가 날로 커지면서 한인단체를 비롯 각 분야에 1.5세와 2세들의 한인사회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한 조직에서도 새로운 피가 수혈되면 으레 그렇듯 이들 역시 한인사회의 우선 과제로 변화를 외친다. 한인 1세들의 저조한 영어구사 능력에, ‘우리끼리’ 문화에, 한인 특유의 관습과 문화에 일침을 가하며 변화와 혁신을 외친다.
아마도 그들 눈엔 ‘한국적인 것’과 한국식 정서는 고리타분한 것인 반면 미국적이고 ‘백인적’인 것들은 세련되고 확실한 ‘절대 선’이라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취재 차 만난 타운의 1.5세, 2세들 중 일부는 말끝마다 “한국사람들 영어도 못하면서…”라든가 “1세들 미국문화 몰라도 너무 몰라요” 등등 1세들에 대해 못마땅한 시선을 굳이 숨기려 들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보다 더 ‘열’받게 하는 것은 이들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주눅들어버리는 1세들이다.
2세들은 말한다. 미국 살면서 영어 한마디 못하는 것 결코 자랑 아니라고. 맞다. 그러나 어디 이민 현실이 그렇게 녹록했던가. 영어 공부? 70년대, 80년대 맨손으로 이민 온 이들에겐 사치였다. 공항에 이민 보따리 풀기 무섭게 딸린 처자식 먹여 살려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나는 못해도 내 자식만은 주류사회에서 번듯하게 살라’고 1세들은 인생 잔재미 반납하고 리커에서 세탁소에서, 봉제공장에서 푸르디푸른 청춘을 바쳤다. 영어 유창하고 잘 나가는 우리 2세들이 딛고 선 것은 바로 그런 1세들의 땀과 피다.
누가 이들을 영어 못한다고, 미국 문화도 모르는 촌스런 아저씨라 폄하 할 수 있겠는가. 당신인가 혹은 또 다른 당신인가?
물론 타운에 만연한 한국식 문화가 다 옳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서서히 고쳐가야 할 것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세스런’ 모든 것을 바꾸는 혁신적 변화가 아닌 어차피 공존해야할 1세와 2세, 한국식과 미국식의 장점을 적절히 조합해 함께 한인사회를 건강하게 이끌어 가는 해법을 내놓는 것이다. 모두 다 바꿀 필요는 없다.
이주현 / 특집2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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