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 시인의 상상력을 옥죄던 일상으로부터 탈출한 괴테는 로마를 향해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다. 베로나와 비첸차, 베네치아 등이 첫 경유지들이었고 피렌체, 페루자, 아시시를 거쳐서 그토록 동경하던 로마에 입성했다.
괴테는 로마에 도착한 이 날을 자신의 ‘진정한 삶이 다시 시작된 날’이라고 찬탄했다. 이처럼 예술가를 다시 태어나게 하는 로마, 여전히 이탈리아가 동경의 국가라면 코스타메사의 사우스코스트 플라자에서 잠시 위안을 받자.
개관 40주년을 맞이한 사우스코스트 플라자에서는 요즘 이탈리아 문화 축제가 한창이다. 페라리와 람보기니 같은 명차부터 알마니와 벌사체, 페라가모, 돌체 앤 가바나, 펜디 등의 명품, 소피아 로렌의 고혹미가 뿜어져 나오는 영화와 오페라, 거기다가 스푸만테와 토스카나 와인까지 ‘메이드 인 이탈리아’라면 없는 게 없다. 이탈리아의 자긍심을 보여주는 대규모의 문화 박람회가 뮤지엄이 아닌 샤핑몰에서 열리고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축제 개막을 알리던 날 사우스코스트 플라자의 소유주인 헨리 시거스트롬은 84세의 나이에도 이탈리아 패션하우스 ‘로로 피아나’에서 맞춘 핀스트라이프 네이비 수트를 멋지게 소화하고 등장했다. 구두는 미소니, 안경은 카티에를 들고 있었다. 이 모두가 그가 소유한 코스타메사 샤핑 센터에서 구입할 수 있는 럭서리 브랜드라고 강조까지 했다.
최근 들어 사우스코스트 플라자에 입점해 있는 명품 브랜드는 베벌리힐스 로데오 드라이브를 능가한다. 1988년 명품보석 ‘티파니’ 매장을 간신히 유치했을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베벌리힐스 매장보다 티파니 매출액이 훨씬 높다고 한다. 심지어 세계 명품 브랜드들이 매장 오픈을 추진하면서 ‘러시아, 중국, 일본 아니면 사우스코스트 플라자’로 순위를 매길 정도다.
그렇다고 코스타메사가 있는 오렌지카운티가 베벌리힐스, 팜스프링스에 견줄 만큼 부촌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사우스코스트 플라자는 매출액의 40%가 관광객의 지갑에서 나온다고 한다. 샤핑센터 내 환전소가 있고 일본어와 스페인어 안내책자를 발간했으며 인터넷 홈페이지 디렉터리에 중국어 포함, 4개 국어 서비스를 제공하며 외국 관광객들의 편의를 고려하고 있다.
이쯤 되면 이탈리아 문화 축제가 왜 샤핑몰에서 열리고 있는지도 이해가 간다. 관광코스에 포함된 샤핑몰이니 굳이 별도의 일정을 잡을 필요도 없고, 입장료는 더더욱 필요 없다. 이탈리아 무역협회는 자국 브랜드를 그 어느 곳보다 많은 국가의 사람들에게 알려서 좋고, 사우스코스트 플라자는 샤핑몰에 입주해 있는 이탈리아 매장 홍보를 도와주며, 고객들에겐 상류층이나 경험하던 ‘하이-엔드 마케팅’이란 걸 보여주는 것이다.
하은선 / H 매거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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