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짐바부에에 사는 32살 남성의 이름을 처음 들으면 모두 웃음을 터트린다. 그의 이름은 갓노우스(Godknows). “이름이 뭐지요?” 하고 물었는데 “하느님만이 아시지요”라고 대답한다면 누가 진담으로 듣겠는가.
그의 이름은 말 그대로 갓노우스이고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갓 태어났을 때 너무 약해서 온갖 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자 그의 부모가 “이 아기의 운명은 하느님만이 결정할 뿐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가 없다”며 붙인 이름이다.
지난주 뉴욕타임스에 실린 내용이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기고한 이 기사를 보면 짐바부에를 비롯, 아프리카 남부지역에서는 영어 이름이 대유행이다. 그런데 그 이름들이 이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어색하다.
더 사랑하고, 더 말하고, 더 배우라는 뜻의 러브모어(Lovemore), 텔모어(Tellmore), 런모어(Learnmore)…그런가하면 저스티스(Justice), 트러스트(Trust), 날리지(Knowledge) 등도 인기 이름이다. 서구문화가 휩쓸면서 이름도 영어로 쓰면 왠지 그럴 듯 보여 생긴 현상인데 그게 정작 영어권 사람들 보기에는 코미디 수준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한국인들 눈에는 멋있어 보이는 데 영어권 토박이들에는 농담 수준인 말들이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영어가 한국의 생활 속에 너무 침투해서 영어 모르는 노인들은 일상생활이 어려울 지경이다. 실제로 요즘은 아파트 이름이 영어로 복잡하고 길어서 노인들이 아들 집을 못 찾아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타워팰리스, 미켈란쉐르빌, 아카데미스위트, 현대하이케리온, 롯데캐슬모닝 같은 요란한 이름을 노인들이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우리말을 지켜야 할 정부도 영어 남용에 일조하기는 마찬가지. 행정자치부는 동사무소, 면사무소와 같은 친근한 말을 놔두고 ‘주민센터’로 이름을 바꾸었다.
9일은 561돌 한글날이다. 우리말의 우수성은 교과서 안에만 있을 뿐 실생활에서는 실종된 지 오래이다. 영어가 마구잡이로 잠식해 들어오자 그에 대한 반발 세력들이 형성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말살리는겨레모임이라는 단체는 매년 10대 우리말 지킴이와 10대 헤살꾼(훼방꾼의 우리 토박이말)을 선정해 발표함으로써 우리말을 지키며 갈고 닦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올해의 ‘지킴이’ 1순위로 뽑힌 사람은 충남 태안의 ‘김텃골돌샘터’씨. 그는 대만과 중국에서 유학할 당시 한자로 이름을 쓰자 중국사람들이 중국식으로 부르면서 전혀 다른 이름이 되는데 당혹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온가족의 이름을 우리 토박이말로 지었다.
지방자치체 중에서는 고양시가 ‘지킴이’로 선정되었다. 고양에서는 문화체육 센터는 ‘어울림누리’ 아이스 링크는 ‘얼음 마루’, 문화센터는 ‘별따기 배움터’ 같은 예쁜 이름들로 불린다.
그런 이름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보면 외래어의 기세에 밀리고 있는 우리말이 조만간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가 쓰는 ‘네티즌’을 ‘누리꾼’이라는 말이 대체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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