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초 네바다 일대를 여행하다 지친 멕시코 인들은 사막 한 가운데 풀밭을 발견했다. 지하에서 솟아나는 샘물 때문에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건조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푸른 풀들이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를 ‘풀밭’을 뜻하는 스페인 어인 ‘라스베가스’라고 불렀다. ‘세계 유흥의 수도’ 라스베가스는 이렇게 탄생했다.
1911년 시로 승격한 라스베가스는 20세기에 세워진 미 도시 중 최대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라스베가스가 갖고 있는 기록은 이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21개 최대 호텔 중 18개가 이곳에 있다. 1989년 미라지가 스트립에 들어서면서 불기 시작한 초대형 호텔 붐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MGM 그랜드, 벨라지오, 베네시언, 윈, 시저스 팰리스 등은 호텔 자체가 관광 코스다.
규모가 클 뿐 아니라 시설도 최고다. 팜스에 있는 휴 헤프너 스카이 빌라는 하루 밤 숙박료가 4만 달러다. 플레이보이 맨션을 본 따 만든 이 방은 9,000 평방피트 넓이에 개인용 스파와 자쿠지, 짐이 갖춰져 있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고급 호텔 스위트는 하루 1,000달러, 셀린 디옹 쇼 앞자리 티켓 값은 420달러, 고급 식당 한 사람 저녁 식사 값은 200달러에 달한다. 근사하게 차려 놓은 칵테일 바에 멋모르고 들어갔다가는 봉변당하기 십상이다. 포도주 한 병에 2,200달러, 1인당 술값이 1,000달러씩 하는 집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넘쳐난다. 1996년 이곳을 다녀간 관광객은 3,000만 명이던 것이 작년에는 3,900만 명을 넘어섰다. 카지노의 도박 수입도 2005년 76억 달러에서 2006년에는 82억 달러로 늘었다. 전에는 크리스마스와 연초, 방학 때가 성수기였으나 이제는 그런 구분이 없어졌다. 봄, 여름, 가을, 겨울 할 것 없이 1년 내내 붐빈다는 것이 호텔 측 설명이다. 낮 기온이 110도를 오르내리는 요즘 자정 넘어서까지 길거리는 사람들로 넘치고 트래픽은 LA 출근길을 방불케 한다.
도박 규모도 천문학적으로 커져 하루에 1,000만 달러씩 잃고 가는 도박꾼들이 부지기수란다. 이중에는 한인도 있지만 압도적 다수는 중국인들이다. 도박장마다 도박 안내서가 영어와 중국어로 돼 있다. 작년 마카오가 처음 도박 수입에서 라스베가스를 앞질렀다. 중국인들이 도박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얼마 전 대한항공이 서울-라스베가스 직행 노선을 1주일에 3번 운항하기 시작했는데 이미 꽉꽉 차서 간다고 한다. 내년 7월 무비자 입국이 실현되면 운항 회수를 늘리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946년 벅시 시걸이 첫 대형 카지노를 오픈한 이래 지금 라스베가스는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모기지 파동으로 세계 증시가 출렁이고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이곳만은 여전히 불야성이다. 라스베가스의 영화는 과연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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