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경제잡지 ‘포천’에 의해 세계 최고의 부자로 발표 된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 오랜 기간 최고 부자로 부동의 자리를 지켜 온 빌 게이츠를 밀어 내고 총재산 590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이 된 슬림은 야구광이다.
레바논계 이민자의 아들인 슬림은 어려서부터 야구카드를 구입하고 승률을 기록해 둘 정도로 야구에 깊이 빠져 있는데 그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기록의 경기’이기 때문이다. 수학교수 출신답다. 그가 세계 최고 부자가 된 것은 바로 숫자에 대한 이런 지극한 사랑이 원동력이 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강타자 배리 본즈가 7일 밤 홈구장에서 개인통산 756호 홈런을 날리면서 메이저리그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메이저리그는 온갖 기록에 대한 도전으로 점철돼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크 아론이 세웠던 통산 755개 홈런기록도 좀처럼 깨지기 힘들 것으로 여겨졌는데 1990년대 이후 어떤 이유에선지 타자들의 몸이 불어나고 파워가 엄청나게 늘어나면서 경신이 점쳐지더니 결국 본즈에 의해 깨지고 말았다.
홈런 기록은 깨졌지만 줄기차게 도전이 진행 중인 메이저리그 몇 가지 기록은 ‘불멸’로 간주된다. 그 중 하나가 조 디마지오의 56경기 연속안타 기록. 이 기록은 타자의 능력뿐 아니라 상대팀 수비, 그리고 기록원의 판단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근접이 힘든 기록으로 남을 것 같다. 또 야구 초창기에 세워진 투수 사이 영의 통산 511승도 현대야구에서는 깨기가 불가능한 기록으로 분류된다.
프로야구는 기록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발전해 왔다. 본즈가 기록을 깨는 756호 홈런을 날린 직후 자이언츠 홈구장인 AT&T팍 전광판에는 행크 아론의 축하 메시지 동영상이 떴다. 아론은 온화한 얼굴로 “홈런 기록 경신은 실력과 장기간의 활약, 그리고 의지를 요구하는 위대한 성취이다. 나는 홈런 기록을 33년이나 지녀온 특권을 누려왔다. 배리와 그의 가족들에게 역사적인 업적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를 바라보는 본즈의 얼굴에도 감동이 스쳐 지나갔다.
사실 아론의 입장에서는 스테로이드 복용 의혹이 있는 본즈에 의해 자신의 기록이 경신되는 것이 기분 좋은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아론은 본즈의 추격이 계속되는 동안 불편한 감정을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아론을 오래 지켜 봐 온 ESPN의 한 리포터는 “지나 수년간 아론이 스테로이드 등 본즈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를 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론의 품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홈런 기록은 깨졌지만 아론은 여전히 많은 야구팬들 가슴에 홈런왕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7일 경기 후 “당신 마음속에서는 누가 진정한 홈런왕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한 스포츠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론을 꼽은 응답자가 64%에 달했다. 본즈를 꼽은 사람은 34%였다.
7일 밤 본즈는 새로운 메이저리그 홈런왕으로 공식 등재됐다. 그렇다면 당신 마음속의 홈런왕은 누구인가. 본즈인가 아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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