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일가’(The Sopranos)는 HBO가 만든 TV 시리즈로 갱 영화의 걸작으로 꼽힌다. 1999년부터 지난 6월까지 8년에 걸쳐 86개의 에피소드를 내보냈으며 이 동안 18개의 에미상과 5개의 골든 글로브 상을 비롯 수많은 상을 받았다.
토니 소프라노를 중심으로 한 소프라노 일가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겉으로는 평범한 가장이면서 실제로는 마피아 두목인 토니가 어떻게 이중생활을 꾸려나가느냐가 줄거리다. 정신병자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토니는 어느 날 심한 걱정에 시달리다 쓰러져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식들은 엉망진창이며 누군가 FBI에 밀고를 하고 있고 삼촌은 자신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한마디로 ‘개판’인 가정이다.
지구상에 이 소프라노 일가와 닮은 나라가 있다. 겉으로는 ‘민족’과 ‘주체’를 내세우며 큰소리를 탕탕 치지만 속으로는 마약 밀매, 위조지폐 제조, 돈 세탁 등 온갖 불법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바로 북한이다.
평양에 있는 6층 회색 빌딩 안에 들어 있는 소위 ‘39호실’이 이런 불법 행위를 총지휘하는 본산이다. 39호실은 ‘대성’이라는 조직을 통해 섬유와 광물 등을 외국에 수출하는 일을 맡고 있지만 헤로인과 가짜 달러야말로 진짜 중요한 수출품목이다. 미 국무부는 이런 불법 행위로 북한이 벌어들이는 돈이 연 1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합법적인 경제 행위로 북한이 버는 총 수출액이 연 17억 달러임을 감안하면 이 범죄 행각의 비중을 알 수 있다.
하버드대의 북한 전문가인 쉬나 체스넛은 북한을 “소프라노의 나라”(Sopranos State)로 부르고 김정일의 재정 고문들이 ‘39호실’에 포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상층부의 고위 인사들은 골드만삭스와 스위스 유니온 뱅크(UBS)를 통해 자금을 관리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 폐기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내건 ‘방코 델타 아시아’의 자금 2,500만달러 중 절반이 이런 불법 행위로 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 공관을 이용한 북한의 마약 밀매, 돈 세탁, 위폐 살포는 이미 수많은 증거가 확보돼 있음에도 북한은 이를 시인하지 않고 있다. 타임지는 최근호에서 “소프라노의 나라”라는 제목으로 북한의 범죄 행위에 대한 특집을 실었다.
그런 북한이 19일 충분한 대가를 지불할 경우 핵 시설 불능화와 함께 기존 핵무기 신고까지 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미국은 물론 검증을 요구하겠지만 김정일 이불 속에 감춰 놓은 핵까지 들여다 볼 수는 없고 북한이 이를 용납하지도 않을 것이다. 설사 진정 핵을 폐기한다 해도 머리 속에 든 노하우까지 없앨 수는 없으며 김정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재개발이 가능하다.
북한은 한국 및 일본 납북자, 국군 포로 실태, 군사 도발 등에 관해 한 번도 정직한 답변을 한 적이 없다. 핵 이외에는 아무 것도 내세울 수 없는 북한이 이를 포기하리라 믿는 것 자체가 순진한 발상이다. 핵 협상이 타결된다면 결국 북한은 적당히 폐기하는 척, 미국은 적당히 검증하는 척 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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