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 마켓의 한국영화 수출실적은 근래 들어 최악이었다. 해외수출계약은 지난해 절반 수준이고, 일본수출은 82%나 격감했다. 김기덕 감독의 ‘숨’이 최고의 성과를 거뒀고, 김용화 감독의 ‘미녀는 괴로워’와 내년 개봉 예정인 김지운 감독의 ‘놈, 놈, 놈’이 그나마 체면을 세워주었다.
한류특수가 사라진 후 예견된 상황이다. 처음부터 한국영화의 수출은 일본시장에 한정돼있었다. 2003년 54%, 2004년 69%, 2005년 74%를 차지했다가 지난해 수출실적이 50.1%로 떨어졌고 올해 최악의 사태를 맞은 것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일본 내 한국영화의 흥행 성적이 밑바닥을 치면서 배급사들이 가격 대비 가치를 인식하며 한국영화 구입을 주저하기 시작했다.
미국은 상황이 좀 다르다. 올해 초 매그놀리아사가 배급한 영화 ‘괴물’은 현재까지 220만361달러의 극장수입을 올리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1999년 영화 ‘쉬리’가 극장에서 10만 달러도 거둬들이지 못한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하다. 지난해 CJ엔터테인먼트가 직배한 영화 ‘태풍’이 극장수입 13만9,004달러로 집계된 것을 제외하고는 2004년 소니픽처스가 배급한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237만 달러, 같은 해 새무엘 골드윈사가 배급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111만186달러, 2005년 타르탄 USA가 배급한 영화 ‘올드보이’ 70만7,391달러를 기록했다.
미 영화사 입장에선 한국영화가 장사가 된다는 근거를 확보해 한국영화 구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 보다 많은 한국영화가 미국에 소개될 찬스를 잡은 것. 문제는 여기서 부터다. 보다 많은 한국영화가 미국으로 들어오려면 한국영화 배급사들은 높은 수출가에 집착하지 말고 일단 ‘해외진출이 우선’이라는 자세가 필요하다.
칸 마켓에서 만난 한국 영화사들은 한결같이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고 푸념을 늘어놓았다. 반면에 유럽 영화사 부스들은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바이어들에게 넌지시 한국영화에 관해 운을 띠니 “가격협상이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가격을 조금만 낮추려하면 직접 배급하겠다는 듯 고자세를 취한다는 것. 7만 달러를 주고 한국영화 1편을 구입하느니 우선 1만 달러를 받고도 해외에 진출시키겠다는 유럽, 일본 영화 여러 편을 구입하겠다고 했다.
안타깝게도 미국시장에서 한국영화의 가격 대비 가치는 그리 높지 않다. 100만 달러에 배급권을 팔았다는 발표도 할리웃 리메이크 판권을 포함했거나 유럽, 미국의 배급가를 합친 숫자놀음일 뿐이다. 어차피 영화는 보다 많은 관객들이 보는 게 중요하다. 미국처럼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세상은 예상치 못한 영화가 수익을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은선 H매거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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