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광객 13명등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캄보디아 여객기 추락 참사로 한국의 ‘저가 해외관광’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에 참사를 당한 캄보디아 여행상품의 경우 4박6일 일정에 59만원짜리였다. 이와 비슷한 상품이 27만원대까지 시장에 나와 있다니 놀랄 일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에서 캄보디아까지 제대로 된 항공사를 이용할 경우 비행기 요금만 해도 70만원 정도라는데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한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 해진다.
그렇다면 저가 해외관광이 동남아 지역만의 문제일까.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 여름 성수기를 맞아 한국에서 구입하는 서울-LA간 항공요금은 150만원을 웃돈다. 그런데 한국에서 판매되는 미 서부지역 4박5일 여행상품 가격이 항공료를 포함, 130만원대라고 한다면 믿어지는가. 이 정도는 약과이고 99만원을 내건 여행사도 있다고 한다.
여행사들이 할인가격으로 미리 확보해 놓은 비행기 좌석들이 있다고 해도 어떻게 이런 가격으로 4박5일 여정을 끌어가는 것인지 불가사의한 일이다. 손님들이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LA에 도착하면 이곳 업자들이 여정을 책임지게 된다. 한국업자들이 손해 보고 손님을 보낼 리 없으니, 한국서 온 손님들 먹이고 재우고 데리고 다니면서 그런 가운데 조금이나마 이익을 내는 것은 전적으로 LA지역 업자들의 수완에 달린 일이다.
업자들 설명에 따르면 4박5일 손님의 1인당 ‘랜드비’, 즉 미국에서의 숙식과 운송에 소요되는 돈은 400~500달러 정도라고 한다. 99만원을 내건 한국여행사가 미리 확보한 좌석의 항공료 80만원 정도와 자신들의 이익을 약간 제하고 나면 불과 몇만원 남지 않는다. 미국에서 손님 1인당 소요되는 400~500달러. 여기서 몇만원을 뺀 나머지는 고스란히 이곳 업자들이 부담해야 할 몫이 된다. 채워 넣지 못하면 그대로 적자가 된다. 130만원대 손님의 경우 99만원보다는 조금 낫지만 ‘적자 손님’이라는 사실은 마찬가지다.
돈 나올 곳은 단 한군데, 손님들 주머니 밖에 없다. 여기서 갖가지 옵션과 샤핑을 둘러 싼 옥신각신과 불유쾌한 경험이 시작된다. 한 관광업자의설명을 들어보자. “한국에서 온 손님들이 관광을 떠날 때 회사측에서 가이드들에게 ‘귀사 후 손님 1인당 100달러씩 계산해 납입하라’는 지시가 떨어지기도 한다. 손익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여기에다 가이드 수입까지 생각하면 옵션과 샤핑은 불가피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한마디로 지나치게 싼 관광상품을 선택한데 따른 대가라는 것이다.
미주지역 한인들이 이용하는 관광상품들도 업소들간의 과당경쟁으로 지나치게 저가에 판매되고 있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관광상품의 적정 가격은 코스에 따라 약간 편차는 있지만 하루 100달러 수준은 돼야 한다는게 업계종사자들의 하소연이다. 가령 2박3일 코스는 300달러 정도가 적정선이라는 얘긴데 현실은 199달러, 심지어 일부 상품은 99달러에 판매되고 있기도 하다.
여행은 유쾌한 경험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이다. 여행길이 불쾌함과 불안으로 점철된다면 아니 떠남만도 못한 일이 되지 않을까. 가격과 관계없이 서비스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관광회사의 책무이겠지만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가격에 최고의 서비스를 요구하는 것 또한 모순이라는 사실을 고객들도 한번쯤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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